"코드명 EMQ(조현민) 떴다" 대한항공 직원들 '벌벌'

    입력 : 2018.04.16 12:00

    서울 강서구 하늘길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근무하는 대한항공 직원 김모(33)씨는 1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전화통화에서 "본사 6층에서 'EMQ'가 뜨면 모두가 긴장한다"고 말했다. EMQ는 최근 광고대행사 직원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35)의 사내 '코드명'이다. 코드명은 조 전무의 영문명인 '에밀리(Emily)에 '마케팅 여왕(Marketing Queen)'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김씨는 "매주 월요일이면 EMQ의 집무실이 있는 6층 전체에 욕설 섞인 고함이 울려퍼진다"며 "주로 조 전무 아래 있는 임원들과 팀장들이 화풀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EMQ 직속 부서인 스카이패스(항공권·마일리지 혜택 관리)가 특히 집중 타깃이 됐었다”며 “작년 한 해에만 팀장이 3번 바뀌었다”고 했다.

    대한항공 서울 서소문 사옥 전경. /조선DB
    대한항공은 영어 문자 세 개를 조합해 주요 임원들의 코드를 만들어 쓰고 있다. 오너 일가는 고유 코드를 부여받는다. 조양호 회장은 ‘DDY’, 첫째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DDA’, 아들 조원태 사장이 ‘DDW’로 불리고 있다. ‘DD’ 코드는 직위에 따른 코드로 부사장급 이상에게 주어진다. 뒤에 붙는 글자는 이름 가운데 또는 끝에서 딴 것이다. 조현민 전무는 오너가를 상징하는 ‘DD’를 쓰지 않고 직접 지은 코드명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이 코드명을 쓰기 시작한 건 비용 절감 때문이었다. 1970년대 초 영문 텔렉스를 쓰던 시대에 해외지사에 전문을 보낼 때 이름·직함을 모두 영문으로 쓰면 20자리가 넘어 요금이 비쌌다. 이에 당시 조중훈 회장 지시로 세 자리 코드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메일이 발달하면서부터는 내부 보안을 위해 임직원들 사이에 널리 쓰이게 됐다.

    오너가의 코드명은 이런 목적과는 다르게 직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통하고 있다. 2014년 12월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 '음료와 마카다미아 땅콩을 서비스하던 승무원, DDA에게 혼이 났다'라는 내용이 적힌 글이 올라왔다. DDA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코드명.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쫓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한 글이었다. 당시 블라인드에는 이 글이 올라오고 “DDA가 비행기에 탑승해 승무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일이 잦았다. 탑승객 리스트에 DDA가 있으면 초긴장 상태였다”는 식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왼쪽부터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선DB
    조씨 일가는 공항에서는 ‘KIP’라는 코드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KIP는 대한항공의 영문명에서 딴 K와 VIP를 합친 것이다. 한 대한항공 공항 상주 직원은 “작은 허점이라도 보이면 지적이나 욕설이 날아오기 때문에 오너가의 눈에 띄어 좋을게 없다”며 “직원들과 승무원들이 서로 ‘KIP 떴다’고 경고해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본사 직원 김씨는 “코드명이 없는 오너 가족도 공포의 대상인 건 마찬가지”라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특정 부서에 전화를 자주 걸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 들을 정도로 큰 소리를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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