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⑯] 김석향 "'사람' 강조하는 文 대통령, 정상회담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다뤄야"

    입력 : 2018.04.15 12:00

    김석향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엉뚱한 수를 두다가 의도치 않게 통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을 논의할 4·27 남북정상회담이 12일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쯤 전문가 자문단을 불러 남북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조언을 들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각종 인권단체들은 북한인권 문제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인권 서울사무소는 12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국제인권단체들의 촉구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에 선정된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이대 통일학연구원장)는 “KAL기 납치사건 희생자와 가족들, 또 북한 내 국군포로들의 삶 등은 의제로 정해지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한번쯤 언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사회학 전공자인 김 원장은 북한사회문화와 북한 인권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한 권위자다. 그는 “나를 전문가 자문단으로 위촉한 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눈물 행보’를 의미있게 평가하면서도 “최근에 순직한 공군 조종사들의 영결식과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행사에 가지 않았다. 베트남 일정을 하루 미루더라도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의 눈물을 한번 닦아주고 가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원장은 또 현 김정은 체제는 이전 체제와는 다르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서 “난 유보적 입장이다. 달라졌다기보단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에서만 살지 않은 김정은은 외부에서 자신을 이상하게 본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평양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의 ‘봄이 온다’ 공연의 효과에 대해선 “점을 하나 찍었다. 앞으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공연을 북한 매체가 정규 방송하진 않았지만 북한에서 볼 사람들은 다 봤을 것”이라며 “북한 내 20~30대에게 강한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예술단 공연에서 김정은이 박수치고 웃고 좋아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선전선동부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겐 공연을 못보게 하면서)김정은과 리설주가 왜 남측 예술단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지 설명해줘야 한다”며 “지금 북한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 선전선동부 당국자”라고 했다.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선 “김정은과 트럼프가 엉뚱한 수를 두다가 의도치 않게 통일이 될 수도 있다”며 “과정을 지켜보는게 우리로선 불안감이 있긴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고 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윤희훈 기자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첫 여성학자와 인터뷰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나 교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내가 통일교육원에 교수로 들어갔을 때, 전체 교수 중에 나를 포함해 딱 2명이 여자였다. 내 교수실에 전화가 와서 내가 ‘여보세요’라고 하면 그 쪽에서 ‘김석향 교수 바꿔주세요’라고 하는 일도 수두룩했다. ‘전데요’라고 하면 많이들 놀랬다. 당연히 남자 교수일 거라고 생각한거지. 퉁일부 담당자로 북한을 갔을 때도 그쪽에선 여자 단장이 왔다고 당혹해 했다. 특히 입경 절차 과정에서 짐검사할 때 많이들 당황해 한다. 난 되려 그런 모습을 즐겼다. 내짐도 잘 확인하라면서 짐 맨 윗칸에 화려한 액세서리와 화장품을 올려뒀다. 초콜릿 같은 간식도 올려두고 그랬다.”

    -짐 검사하는 직원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신기해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그러면 가끔씩 북한 관계자에게 ‘이거 줄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 그 쪽에선 ‘장군님이 잘 챙겨져서 필요없다’고 한다. 그럴때면 ‘나도 알아. 장군님이 잘챙겨주는 거’하면서 ‘너 말고 아기에게 주라고 주는거야’라고 하면 모른척 받고 그랬다.”

    -최근에도 북한을 다녀간 적이 있나?

    “최근에는 못갔다. 2006년인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는 북중 접경지역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곳이 북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이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러시아 출신, 現 국민대 교수)와 회령 지역을 연구했는데, 삼합이라는 지역에 가면 ‘망강각’이라고 있다. 여기서 보면 회령시내가 다보인다. 장마당도 보이고, 새로운 건설 공사 현장도 보인다. 거기를 2016년까지 다녔다. 그쪽도 그 뒤로 상황이 나빠져서 중국군이 외부인을 통제했다. 도문 지역도 마찬가지다. 내 신분을 밝혀도 중국군 현장 책임자가 ‘연구자를 이렇게 통제하는 건 자기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며 정중하게 막으니 별 수 있나 그냥 돌아올 수 밖에. 2016년 이후로는 가봤자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접경지역도 잘 안가고 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원치 않았다. 특히 다른 여성 연구자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했다.”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에 위촉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핵문제’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북한인권이나 북한사회문화 전문가인 교수님을 자문단에 포함시켰다. 북한 인권 이슈도 다루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 있을까?

    “조명균 장관이 자문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갔는데, 전문가 자문단으로 명단이 나왔다. 전문가 자문단 구성을 보면서 나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뭘까를 고민했다. 나한테 기대하는 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달란거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문단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문재인 대통령이 많이 한 말이 ‘사람이 제일 귀하다’ 아닌가. 밀양화재 현장 가서 같이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달래주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라고 의미있게 봤다. 그런데 그 이후 행보를 보면 내가 봐도 서운하게 느껴졌다. 최근에 순직한 공군 조종사들. 젊은 나이에 비상탈출을 하면 살 수 있었지만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희생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영결식을 안가시더라. 천안함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행사도 찾지 않으셨다. ‘베트남 일정이 있었지만 하루 미루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의 눈물을 한번 닦아주고 가셨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 KAL기 납치사건 희생자의 아들인 황인철씨의 이야기, 또 국군포로들이 북한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등 삶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의제로 정해지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한번쯤 언급할 수 있진 않을까.”

    -현 정부 당국자들이 듣기엔 쓴소리겠다.

    “뭐 내 성향을 알고 자문단으로 위촉하지 않았겠나. 난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을 적극 찬성하진 않는다. 이번 자문단에 대해 청와대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는데, 내가 보수로 들어간 것일까? 조명균 장관은 나와 함께 통일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니까,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여성학자를 채우려는 구색 맞추기 카드일 수도 있다. 일단은 자문단을 꾸리는데 남녀 비율을 어느정도 맞춰주긴 해야 하니까. 실제로 어느정도 경력을 가진 여성학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김정은 체제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다.

    “나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달라졌다기보단, 김정은이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북한 안에서만 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신을 이상하게 본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나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다. 나도 부인이 있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물론 집권 초반에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숙청할만한 사람은 다 숙청했다.”

    -‘미치광이’처럼 보인 것은 자신의 권력 세습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성택의 위세를 알 수 있다. 장성택이 남한을 방남했을 때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성택이 호텔 복도를 지나가면 옆에 서있던 사람들 모두가 벽에 몸을 붙이고 섰다고 한다. (※장성택은 2002년 10월 26일 북한의 고위 경제시찰단으로 방남했다) ‘당신을 위협하지 않겠다’를 몸으로 보여준 거다. 또 장성택이 늦게 일어나도 아무도 그를 깨우지 못했다. 일정 시간이 다 됐는데도 그가 일어나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김정일의 처남이었던 그의 세력이 그 정도였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후 그런 것들을 많이 없앴다.”

    -합리적이라고 하는 김정은도 선대부터 해왔던 핵개발을 계속했다. 결국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의 핵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졌을지는 미지수다. 어쨌거나 김정은으로선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을 숙청하는 동안 자신은 살아남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정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평창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이 매우 수월했다.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난 서훈 국정원장이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북한 내 평판이 작용했다고 본다. 서훈 원장에 대한 북한 내부 평가는 상당히 좋다. ‘합리적이지만 매우 엄격한 사람, 힘으로 밀어부친다고 해서 밀리지 않을 사람, 그리고 북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본다. 조명균 장관도 비슷한 눈으로 본다. 북한 당국자들의 눈엔 서 원장과 조 장관이 자신들의 사정을 알면서도 아프게 찌르지 않고 체면을 살려주며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인 거다. 만약 정의용 실장 혼자 북한을 찾았다면 불안했을 것 같다. 하지만 서 원장이 같이 간다는 걸 보며 ‘특별히 이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겠다. 또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수습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영상을 2일 공개했다. 사진은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남측 예술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조선중앙TV
    -최근 우리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이런 게 의미가 있다고 보나.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점을 하나 찍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파장이 있을 것이다.”

    -예술단 구성은 어떻게 보나? 특히 레드벨벳이라는 아이돌이 포함된데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북한 내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는데, 최근에 송중기와 송혜교가 출연한 태양의 후예가 크게 히트쳤다. 이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송중기와 진구가 VIP 경호를 간다며 가는데, 나중에 보니 VIP가 바로 레드벨벳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정보를 얻었던 북한 사람들은 레드벨벳이 엄청 궁금했을거다. 정보에 굶주린 북한 사람들은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정보를 흡수한다. 아주 샅샅이 외운다.”

    -어릴적 신문 조각에서 본 내용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그렇게 볼 수 있다. 북한에서 태양의 후예의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북한 사회를 밑바닥에서 흔들어놓았다. 한국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서 북한 군인들이 송중기 말투를 흉내낼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흉내내다 걸리면 혼나긴 한다. 이번에 우리 예술단 공연도 북한이 정규방송으로 안했을 뿐이지, 북한에서 볼 사람들은 다 봤다. 보통 우리 방송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은 이틀정도 지나면 연변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한 뒤 거기에 자막까지 입혀서 북한으로 들어간다. 이번 공연은 20~30대에게 강한 인상을 줬을 거다.”

    -김정은이 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 핵 무력 완성에 대해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않았나. 이걸 포기한다고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까?

    “자신들도 어떻게 주워담을지가 문제일거다. 지금 북한 내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 선전선동부 당국자들이다. 예를 들어 이번 예술단 공연에서 김정은이 박수치고 웃고 좋아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양강도에선 우리 노래를 부른 청소년에게 노동단련형 1년형이 내려졌다. 아마 북한에선 인민반별로 정신 교육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 장군님(김정은)이 저러는 것은 남조선을 잡기 위해서다. 거기에 팔려서 우리까지 해이해지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선전선동부에서는 김정은과 리설주가 왜 남측 예술단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문제는 그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당국자들도 스스로 납득이 안되지 않겠나. 가장 괴로운 일이 자신도 동의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작성하는 일이다.”

    김석향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윤희훈 기자
    -북한 장마당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 파악하기로 상황이 어떤가?

    “장마당 경제가 돌아가려면 두가지 요소, 밀수와 위법이 필수적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장마당이 끄떡없었다. 당시 단둥 등 접경지역을 가서 ‘요즘도 밀수 하냐’고 물으면 ‘저녁되면 성행한다’고 했다. 당시엔 밀수할 때 브로커 비용의 차이는 있었지만 밀거래가 막히진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이후부턴 상당히 달라졌다.”

    -달라진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나?

    “있다. 인천 남동구에 가면 북한이탈주민이 모여사는 지역이 있다. 탈북민들이 많다보니 향수를 일으키는 제품을 파는 가게도 많다. 단적인게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이다.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한학기에 한번씩은 체험교육 삼아 이 곳을 찾았다. 인조고기란게 뭐냐면 콩기름을 짜낸 찌꺼기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 새로운 식품으로 만드는 거다. 고기가 귀한 북한 주민들에겐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한국이나 중국에선 이걸 만드는 기계가 없다. 그 기계를 만들려면 만들겠지만 시장성이 없지 않나. 그래서 인조고기는 대부분 북한에서 밀수로 넘어온다. 작년 10월에 인천에 갔을 때, 물어보니 인조고기가 더이상 안들어온다고 하더라.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 밑바닥 경제에도 큰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고위 간부들도 이러한 영향이 있을까?

    “평양 엘리트의 삶과 북한 장마당의 관계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북한은 지역별 격차가 너무 심하다. 평양에 있다가 청진을 가면, 천국에서 지옥에 간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또 청진에서 회령으로 가면 천국과 지옥의 격차다. 회령 안에서도 시내와 외곽 탄광촌은 천국과 지옥 차이다. 회령 출신 탈북자에게 ‘탄광촌까지 버스가 다니냐’고 물어보면 ‘거길 제가 왜 갑니까?’하고 반응한다. 이번 평양 공연때 풀기자단이 찍어온 사진을 보면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도 많이 밝아졌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제재가 심해도 북한 내부에서 먹고 사는 것은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탈북자들과 얘기를 해보면, 북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살기 힘들다. 내려가고 싶다’고 한다고 전한다. 문제는 탈북자 감시가 심해져서 브로커 비용이 너무 올랐다. 예전엔 1명당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는데, 지금은 1명에 27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4인 가족이 내려오려면 1억이 든다. 비용이 많이 드니 먼저 내려온 탈북자들도 돈을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된다.”

    -‘아랍의 봄’이 국제사회를 흔들었을 때, 북한 내부에서도 밑에서부터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섞인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렇다고 보나?

    “황해제철소 사건(송림제철소 학살 사건)이라고 아는가? 통일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북한에 쌀이나 비료 등을 보내는 사업의 담당자로 방북한 적이 있다. 당시 남포를 지나 송림항으로 들어갔는데, 항만에서 시커먼 황해제철소가 보인다. 고난의 행군 시기 말미 노동자들에게 줄 식량이 없으니까 제철소 간부들이 직원들을 먹여살리려고 고장난 기계와 철판 등을 중국에 팔고 식량을 구해왔다. 그런데 그게 보위부에 딱 걸려서 ‘국가재산탈취죄’로 심하게 고문을 당한 뒤, 공개처형 당하게 됐다. 이걸 보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위한게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한건데 해도 너무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농성까지 벌어지자 인민군 탱크가 밀고 들어와 다 죽이고 도시를 완전히 뭉개버렸다. 그 뒤 당에선 새마을동이라고 깔끔하고 깨끗한 동네를 새롭게 만들었다. 새마을동에서 보면 불탄 흔적의 제철소가 보인다. 그런 걸 보면서 국가나 체제에 반발할 수 있겠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안보 정책을 총괄할 존 볼턴(오른쪽)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9일(현지시각)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초강경파’로 알려진 볼턴이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다. 회의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진척 상황, 시리아의 화학무기 의심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 중국과 무역 전쟁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미북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북한이 울란바토르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울란바토르를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몽골이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올 때 부터 로비를 해오고 있다고 들었다. 몽골과 북한은 서로가 서로에게 계륵같은 존재다. 예전에 몽골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러 갔다가 못만난 적이 있다.(※차이야 엘벡도르지 몽골대통령은 2013년 양국 국교 65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했으나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몽골은 북한과 친숙한 면이 있다. 또 중국의 영향권 내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는 생각도 있어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면이 있다. 몽골이 숨죽이고 있긴 하지만 중국과 내몽골 문제도 있지 않나. 몽골사람이라면 내몽골을 가지고 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런 속사정이 있고, 현실적으론 김정은이 자신의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회담을 일본이나 중국에서 할 수도 없다. 난 판문점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테러 위험도 별로 없고 언론도 적당히 통제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선정한 건 잘했다.”

    -미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다른 대통령이라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데,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평양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트럼프라면 평양에 가서 김정은에게 패를 다 까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정은 입장에서도 혁명의 중심지인 평양에서 트럼프를 맞이하겠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재밌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움직이다가 김정은이 의도하지 않았고 트럼프도 한국 국민들을 위한다는 생각 없이 엉뚱하게 수를 두다가 갑자기 통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먼 시계공’ 같은 이야기다.

    “독일 통일 과정도 사실 어떻게 보면 실수 때문이지 않았나. 오늘부터 여행갈 수 있다고 하자 서독으로 다 넘어갔다. 동독, 서독 모두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다. 과정을 지켜보는게 우리로선 불안감이 있긴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김석향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 미국 조지아대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통일부 재직 기간, 대북식량·비료 인도적 지원사업 담당자로 북한의 여러 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북한문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오랜 연구로 북한 사회 및 경제, 인권 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북한연구학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및 북한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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