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vs 과실치상' 경찰, 사망한 제주 열기구 조종사 입건

입력 2018.04.13 17:22 | 수정 2018.04.13 18:15

“대단한 용기. 조종사의 희생덕에 승객이 모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뉴스 댓글>
“제주는 기상 변덕이 심한데, 바람이 불면 열기구 운행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지난 12일 13명의 사상자를 낸 제주 열기구 추락사고와 관련해, 조종사이자 열기구 업체 대표인 고(故) 김종국(55)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건 당일 그가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승객을 보호한 사실이 알려지며 김씨를 의인(義人)으로 보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열기구협회 관계자는 “조종사인 김씨가 조종간을 놓았다면 가스밸브에서 가스가 누출돼 폭발사고가 났을 수 있다”며 “열기구가 바람에 휩쓸려 더 큰 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당시 강풍이 불던 상황인 만큼 풍속 확인 등 운행 안전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3일 오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합동으로 사고 현장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사고 열기구의 자체 결함 여부를 조사하고 비행 위치 추적기 등 안전 관련 장비 여부를 살폈다.

국토부도 12일 사고 직후 조사관 3명을 제주로 보내 관련 규정에 따라 안전 기준을 지켰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근처에서 열기구가 추락했다. 마지막까지 열기구 조종간을 놓지않은 조종사 김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사망했다. / 홈페이지 캡처
전날 오전 8시11분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상공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추락하면서 나무와 충돌했다. 사고로 조종사 김씨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쳤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나머지 탑승객 12명은 허리와 다리 등에 부상을 입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열기구는 이날 오전 7시30분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운동장에서 관광객 12명을 태우고 이륙했다. 40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사고 현장 인근 착륙장으로 이동하던 중 강풍으로 숲 속 나무꼭대기에 걸렸다가 주변 초지에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착륙 도중 열기구가 또다시 강풍에 150m가량 밀렸고 여러 차례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땅에 부딪혔다가 나무에 부딪힌 뒤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들은 탈출하거나 튕겨 나갔고, 조종사 김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업체는 운항 높이 150m 이하, 바람이 초속 3m가 넘지 않는 경우에만 운항하기로 해 지난해 4월21일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사고 당시 12일 오전 와산리운동장 인근 교래리에서 측정된 풍속은 초속 4m 수준이었다. 와산리운동장은 특히 해발 400m 수준으로 지대가 높아, 돌풍의 힘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추락 당시 남원읍 풍속은 초속 6.2m였다.

경찰은 항공안전법과 자체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열기구가 추락하게 되면, 고의든 과실이든 상관없이 항공안전법 위반”이라며 “고인이지만,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서류상 입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안전기준 위반 여부와 이륙 당시의 정확한 풍속을 확인·조사하는 단계인 만큼 정확한 결과는 시간이 좀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