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정시 확대, 오히려 '사다리'를 없앨 수 있다

조선일보
  • 김은실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8.04.14 03:01

    [김은실의 대치동 24시]

    사교육 받고 재수할수록 고득점 나오는 수능…
    '금수저 전형'이라 비난받는 학생부 전형

    "비슷한 거 아닌가요" 대부분 차이점 몰라

    [김은실의 대치동 24시]
    수능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입 3년 예고제가 버젓이 있건만 교육부에서 대학 측에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정시를 확대하라고 요구해 논란이다. 최저기준 폐지 및 학생부 종합전형의 축소를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건에 육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에 수능 절대평가와 원점수제 활용, 정시 확대·축소 여부 등을 언급해 열기를 달구고 있다. 정시를 확대하고 학종을 축소한다? 왜 이런 '거꾸로 입시'에 다수의 힘이 실리는 것일까. "골치 아픈 학종 대신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에게 "학력고사와 수능의 차이점이 뭘까요?"라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글쎄요, 비슷한 시험 아닌가요…?"

    현재 입시에 가장 민감한 40~50대 학부모들은 대다수가 학력고사 세대다. 완전히 다른 유형인 학력고사와 수능을 동일한 시험으로 생각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수능이 가장 공정한 시험이기 때문에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학력고사 시절 전국 고등학생들은 국정교과서로 동일한 내용을 공부했고,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문제가 출제됐다. 1994년부터 도입된 수능은 탈(脫)교과서를 표방한다. 통합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수능 이후부터 고등학생이 치르는 시험은 '내신'과 '수능'으로 이분화됐다. 내신은 여전히 단순 암기형인데 또 다른 시험인 수능까지 치러야 한다. 수능은 학교 공부만으론 해결이 어려운 영역이다. 자연스럽게 사교육으로 넘어간다.

    사교육이 끼어들면 '공정성'이 깨져버린다. 수능이 그렇다.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재수(再修)를 할수록 고득점이 나올 확률이 높은 시험이다. 강남 8학군 학교의 수능 고득점자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통계로 확인됐다. 필자가 상담한 학생 중 강남의 자사고생 J와 강북의 일반고생 K의 시험 성적표를 비교·분석해보니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각각 4/2등급, 2/4등급이었다. 전국 단위 자사고로 가면 일반고와의 수능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시 확대로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학생이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재수를 하면 할수록 유리한 시험이 수능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1년에 많게는 1000만원 넘게 드는 재수 비용은 일반 가정이 부담하기엔 버겁다. 괜히 강남 8학군의 재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은 게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자. 수능이 과연 공정한 시험인가. 10년 이상 뿌리내려온 학종이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 희화화될 만큼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학종의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본 필자의 입장에선 학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오해도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과도기의 허점은 고쳐나가면 된다. 교육부도 학생부 기재 항목을 10개에서 7개로 줄이는 등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불수능' 이듬해마다 대치동 학원가는 활짝 웃었다. 단순히 점수로 줄 세우기 확대를 주장하는 게 공정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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