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노병우' 위에 '일교출'… 9급 공무원에도 서열이 있었네

    입력 : 2018.04.14 03:01

    공시생들이 본 공무원 서열도

    법원직 가장 인기 많고… 일반·교육·출입국 順
    스트레스 적은 부서나 부처 권한 많은 곳 선호

    고용부·병무청·우정직 업무 강도 심해서 기피
    경쟁률도 달라 눈치싸움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철원
    "이번 9급 공무원 시험 '노병우'는 합격한 거 같은데 워라밸 생각하면 다음 달 '교행(교육행정)' 시험 다시 봐야 할까요?"

    지난 7일 전국 317개 고사장에서 치러진 9급 국가공무원직 시험. 4953명을 뽑는데 원서를 낸 공시생은 20만2978명(경쟁률 41대1). 시험장에 오지 않은 사람을 빼도 15만5388명으로 경쟁률은 30대1이 넘는다. '하늘의 별 따기' 같은 공무원 시험이지만 그 별들도 나름대로 순위가 있다.

    '법·일교출·노병우·관검세·보철사·교순소'는 공시생들이 흔히 쓰는 줄임말이다. '노병우'는 고용노동부·병무청·우정사업본부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표현이고, '법'은 법원직, '일교출'은 일반행정·교육행정·출입국관리직, 나머지 줄임말도 관세직·검찰직·세무직, 보호직·철도경찰직·사회복지직 등을 뜻한다. 9급 공무원을 묶어서 '줄 세우기' 한다.

    다 같은 9급이 아니다?

    '노병우'는 민원인을 마주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라 힘들다는 평이 많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도 힘들고, 다른 부처로 옮기려 해도 오려고 하는 사람은 없고 나가려는 사람만 있어서 어렵다"며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교출의 '일'에 해당하는 일반행정(전국)과 경쟁률 차이도 상당하다. 지난 7일 시험 노병우의 경쟁률은 고용노동부(33대1), 병무청(28대1), 우정사업본부(36대1). 전체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다른 기관에서 비슷한 업무를 맡는 일반행정(전국) 경쟁률은 173대1. 마찬가지로 인기인 교육행정은 226대1이다. 감사원·검찰청 등 몇 개 기관을 제외하고 모든 부처에 배치되는 일반행정은 한 해 4~5회 시험이 있어 응시 기회가 많고 상대적으로 평이한 업무를 맡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교육행정은 학교 근무가 많아 방학 장점과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 지원자가 몰린다.

    지역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기도 한다. 가장 앞자리는 서울시 공무원. 다른 지역이 현재 주민등록과 과거 3년 이상 주민등록 여부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지만 서울시 공무원은 현재 거주지와 상관없이 응시할 수 있다. 대도시의 장점을 누릴 수 있고 채용 규모도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이 치러지는 날 지방에서 올라오는 KTX는 조기 매진, 코레일이 특별 임시 열차를 운행하기도 한다.

    지역별 줄 세우기 뒷자리는 산과 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 지난 6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라남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일반행정의 경우, 전남 지역 평균 경쟁률은 15대1이지만 섬이 많은 진도군(9.6대1)과 신안군(9.9대1)은 평균 이하다. 신안군은 72개 유인도와 932개 무인도로 이뤄져 대부분 섬에서 일하게 된다. 도시 지역인 목포(21.4대1)와 순천(19.3대1)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서열 기준? '워라밸 vs 부처 파워'

    공시생마다 줄 세우는 기준은 다르지만 대세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과 '부처 파워'다. 2년 차 9급 공무원 정모(29)씨는 "연수원 동기들 성향은 거의 반반이었다"며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욜로(YOLO)를 즐기려는 사람이 반, 본청 총무과나 재무과처럼 상대적으로 권한이 많은 부서를 희망하는 사람이 반이었다"고 했다.

    SKY 대학 출신으로 군(郡) 소재지에서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모(30)씨는 철저하게 워라밸을 추구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상경했지만 팍팍한 도시 생활과 치열한 경쟁이 싫어 고향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위 계급으로 전역한 공시생 이모(34)씨는 '힘 있는' 부처를 지망한다. 이씨는 "같은 9급이라도 검찰직이나 국정원처럼 차별화되는 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치구 단위로 순위가 매겨지기도 한다. 서울시 공무원 합격자는 합격 후 일하고 싶은 지역을 5지망까지 써낸다. 인기 있는 곳은 워라밸이 좋은 중구, 종로구, 강남 3구. 중구와 종로구는 면적이 넓지 않고 인구도 적다. 대민(對民) 업무가 잦은 기초수급자도 적어 업무도 수월하다고 한다. 4년 차 서울시 종로구 공무원 이모(32)씨는 "구(區)마다 재정 자립도에 따라 복지포인트나 수당 차이도 있고 학군이나 문화시설 같은 생활 여건 차이도 크다"며 "인기 많은 곳은 인사 교류로 옮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 합격자를 우선 배려하고 나머지는 성적순으로 발령 낸다"고 밝혔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줄 세우기는 부처 사이 위화감을 만들 수 있지만 적성과 선호에 맞는 자리를 찾아간다고 생각하면 꼭 나쁜 것은 아니다"며 "공무원이 명예와 봉사에 짓눌리지 않고 적성과 개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가는 긍정적 현상"이라고 했다.

    인사 교류는 좋은 자리에만 관심 쏠려

    공무원들은 정기 인사 발령 외에도 '인사 교류'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 기관 사이 칸막이를 없애 공무원 역량을 개발하고 기관끼리 협업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인사 교류는 서로 희망 부처와 희망 지역 조건이 맞아야 하는 '트레이드' 방식이다. 인사혁신처 '나라일터' 시스템에 희망 조건을 입력하면 자신과 맞는 매칭 상대를 찾을 수 있다. 단점은 결국 좋은 자리에만 관심이 쏠린다는 것. 대부분 부처가 세종시로 옮기는 상황에서 서울에 남아 인기가 높아진 국방부 한 공무원이 최근 인사 교류할 상대를 찾는다고 올렸더니 150명 넘게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