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⑮] 최강 "남북정상 합의문에 '비핵화'단어 반드시 넣어야"

입력 2018.04.13 11:15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6·15 공동선언이나 10·4선언 같은)정부의 유산을 남기겠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합의하고 세대가 지나서도 지켜질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이날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북한이 덧붙이려고 하는 조건은 무조건 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원장은 “북한이 제시한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고 체제 안전이 보장될 때’라는 전제 조건을 봤을 때 비핵화 과정을 굉장히 길게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비핵화가)결국엔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진정성은 조금 더 테스트 해봐야 한다. 정부의 생각처럼 장밋빛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재 남북 간 정상회담 의제 협의가 지연되는 데 대해 “의제는 끝까지 협의가 안 될 것”이라며 “김정은이 무슨 말을 할지 김영철은 물론 심지어 최룡해도 모르는데 의제를 어떻게 합의 하나”고 했다.

최 부원장은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천안함을 비롯한 군사도발행위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선 모호한 수준에서의 유감 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입장 표명을 받아낸다면) 문재인정부 입장에선 대북 정책 추진이 훨씬 편하고 보수층에도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남북·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며 중국을 끌어들이지 않은데 대해선 “작년 12월 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중국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해서 이거나 중국이 대화 틀 안에 들어오면 남북대화가 미·중의 틀에 서 하위구조로 가게 된다고 본 것 같다”며 “만약 이러한(후자의) 판단에서 정부가 중국을 배제했다면 굉장히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상대를 달래면서 가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최 부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제3국에서 열리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김정은이 받는다”며 “반면 트럼프가 평양으로 갈 경우,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트럼프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서 미흡한 수준에서 타결을 지을 수 있다며 유의점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로서는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고, 폐기하겠다. 핵 활동은 중지하겠다’정도를 제안한다면 타결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러한 수준의 타결은 우리에게 최악”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의 한미연구소(USKI)의 인사 교체를 요구하다 재정 지원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선 “이 일로 미 학계 내 한국 정부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며 “ 미국 학계에서는 ‘후원은 해도 독립성은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게 철칙이다. 보수 정부 때도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USKI는 진보 정부와 색깔이 비슷한 연구 기관이다. 미국 내 얼마 되지 않는 대화파가 모여 있는 곳이 USKI”라며 “왜 이것을 문제 삼았을까 의아하다. 무언가 잘못 그림이 그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다음은 최 부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이번 남북정상 회담은 이전과는 다를 거라 보나?

“‘핵문제 논의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 뒤에 조건이 걸려있지 않나.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이 제시한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고 체제 안전이 보장될 때’라는 전제 조건을 봤을 때 비핵화 과정을 굉장히 길게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엔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핵이 완성됐다’ ‘김씨 일가의 최대 업적’이라고 선전했는데, 이제 와선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한다.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 발전도 하면서 핵도 갖겠다는 것이다. 북한 진정성은 조금 더 테스트 해봐야 한다. 정부의 생각처럼 장밋빛으로 보긴 어렵다. ‘비핵화의 기회가 있다’ 수준이랄까. 정부는 3월 6일 특사단이 다녀온 뒤 비핵화 가능성을 높이 보고 흥분했다. 하지만 김정은 방중 이후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

-김정은 방중 이후 정부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중국이 이 판에 끼어든 데 대해 조금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 찝찝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우리 정부가 계속 이야기한 게 ‘남북미’ 삼자구도였다. 남북미 3자 구도로 대화가 잘 진행되면 상당히 편하다. 물론 중국이 가만히 있느냐는 문제는 남아있다.”

-북중혈맹이 있는 상황에 중국을 배제한 대화는 불가능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그게 문제다. 정부는 왜 중국을 빼놨을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중국이 스포일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했던 ‘2+2(남북미중)’ 대화와 달리 남북미 구도로 가려고 했다. 상당히 특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5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김대중·노무현정부와 노선은 같이 하지만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12월 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중국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해서 이거나, 아니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 한반도 문제마저 이 프레임으로 다뤄지면 미중 파워게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중국이 대화 틀 안에 들어오면 남북대화가 미·중의 틀에 서 하위구조로 가게 된다. 만약 이러한 판단에서 정부가 중국을 배제했다면 이건 굉장히 전략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판단이 유효하려면 미국의 확실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과연 현재 한미간에 남북미 3자 구도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느냐, 이게 애매하다. 남북미 3자 구도에 대해 미국은 아직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먼저 남북미 평화선언을 이야기하니까 그쪽에선 황당해 하는 것 같다. 한미 당국자 간 교류가 얼마나 잘되는지 모르겠다.”

-최근 미국이 미북대화 진행 사실을 밝혔다. 미북정상회담 성사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미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다. 정상적인 미국 대통령이라면 미북정상회담을 안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신이 큰 성과를 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한다.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와 볼턴 보좌관이 강성이라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보기엔 트럼프가 강경파로 보이지만, 타협 가능성도 크다. 우리로선 가장 바라지 않는 결과가 미북간 대충 합의를 하고 마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에게 대화에 나서보라고 주장했던 한국 정부 입장에선 미북간 결과가 미흡하더라도 이를 반대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속임수를 막기 위해선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한다.

“저 역시 동의한다. 미북간 합의가 있다면 원칙적인 타임 프레임을 가져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지연된다. 아마 우리 정부도 이건 이야기할 것 같다. 왜냐하면 문 대통령은 자기 임기 내에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리비아 모델의 경우 2년 내 다 끝났다. 2003년도에 비핵화 선언을 하고, 신고와 사찰을 받고, 제제 풀어주기까지 2년 만에 다 진행됐다. 이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다. 리비아 모델에 대해 현재 그릇된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리비아식 모델의 핵심은 ‘선비핵화 후보상’안이 아니다. 비핵화 선언부터 마무리까지 쭉쭉 진행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나?

“북한이 말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이라는 것은 하나 하나 구체적인 ‘액션 포 액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로 주고받기가 돼야 한다. 그런데 이게 트럼프에게 통할지 미지수다. 트럼프는 뭔가 본인이 더 받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주고 받기를 해도 북한이 3, 미국이 7을 얻어가는 형식이 돼야 오케이할 것이다. 뭐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포장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가 어느 정도의 카드를 받을 수 있을까?

“트럼프로서는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고, 폐기하겠다. 핵 활동은 중지하겠다’정도를 제안한다면 타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 수준의 타결은 우리에겐 최악의 결과가 아닌가?

“최악이다. 일본도 안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그렇다면 북한이 ICBM 개발하고 핵물질을 더 만드는게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면서 ‘일단 이것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우리도 할 말이 없다. 우리로선 이게 비핵화된 것도 아니고 안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김정은이 주창한 핵·경제 병진노선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북한은)핵은 지키면서 미국이 더이상 경제제재와 군사제재를 하지 않는 상황이 기 때문이다.”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은 ‘북핵은 남한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이정도의 합의도 수용할 수 있겠다.

“어폐가 있다. 우리는 북핵의 타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고,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핵은 용인할 수 있다고 하면 우리 정부의 진실성(integrity)이 문제가 된다. 동맹국가로서 다른 국가에 대한 위협은 괜찮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

-반대로 트럼프가 약한 수준의 합의에 만족한다면 한미동맹이 와해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안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지금 북한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는 남한에 대해서는 핵과 군사적인 공격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하겠다는 것이다. 너희 안보는 우리에게 달려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한마디로 가디언이 돼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안보를 북한의 선의에 맡겨야 하는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그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현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 선을 확실히 긋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한훈련은 축소할 수 있다고 한다.

“훈련은 축소했다. 뭐 훈련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부분이 있다.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정의용 특사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은이 한미 훈련을 이해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 부분은 김정은이 한미동맹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군사훈련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 규모 축소는 불가능할 것이다. 2만6000명의 지상군 병력을 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주춧돌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은 필요하다. 어느정도 운용 상의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틀을 바꾸려고는 안할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일각에선 현 정부 정책 결정자들을 ‘프로같지 않다’거나 ‘아마추어’라고 비판한다.

“남북대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조명균이나 서훈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프로다. 그런데 지금 시점은 남북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북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진용은 과거에 비해 얇다. 물론 정의용 실장이 열심히 공부하셨겠지만, 실제로 북한과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진 않다. 단순히 프로다 아마추어다라고 평가하기 보다는 ‘본인들이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떠한 신념을 갖고 있을까? 한반도의 평화인지 아니면 비핵화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정부가 한반도 관련 발표한 게, 5대 원칙인지 목표인지 나 역시 헷갈린다. 한반도 평화가 목표가 돼야 하고 핵에 대한 과제는 비핵화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그때 그때 발생한 문제를 대응하는 데 급급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어떻게 성사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한 것 같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 추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별 대비가 부족했다.”

-정부는 어떤 시나리오를 그렸던 것일까?

“일단 평창까지 그림을 그린 것 같다. 목표는 한반도 안정화와 남북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가장 영향을 미친건 지난해 4월과 8월 트럼프의 발언 때문이었다. 항공모함 세 대를 보내고,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을 하는 등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쓰려는 것 아니냐.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이 새로운 변수가 된 셈이다. 그 이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평창까지 성사됐는데 이후에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성과인데’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우리가 우려했던 한미훈련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비핵화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새롭다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만약 잘돼서 안정화 쪽으로 간다면 평가할만 하다. 진보 정부의 특징은 목표가 뚜렷하고, 거기에 대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가는 성향이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상대를 달래면서 가고 있다. 이 부분은 높이 평가한다.”

-미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면 군사적 충돌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공습(strike) 수준의 군사 행동에 대해선 미군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아마 군사적 행동을 한다면 제가 볼 땐 해상 차단 수준이 될 것이다. 봉쇄는 아니다. 선택적으로 북한의 화물선을 계속 검색하고 때로는 억류하는 등 해상 차단을 강화할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한 코피작전의 경우, 우리가 때려도 보복을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북한이 보복을 못하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 미국에 대해선 보복을 못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 대해선 장담을 못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군사적 옵션은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군도 대통령이 하라면 해야 한다. 군사적 옵션은 전혀 없는 카드는 아니지만 너무 단순화해선 안된다. 미국도 군사적 옵션 외에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봤을 때, 북한의 테러 가능성은 위험 요소가 아닌가?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지금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옵션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중국 변수도 있다. 과거엔 중국도 군사적 옵션을 용인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지만 지금 같이 미중 충돌이 격앙된 상황에선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중국이 거부할 것이다.”

-현 대화 국면에 중국이 끼어들게 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 때 ‘중국 역할론’이 굉장히 부각됐는데, 지금은 중국이 별로 할 게 없다.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도,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도 없어지고, 미국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서 위치가 동등하지 않은 것이니 중국으로선 다급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을 불렀고, 김정은은 좋다고 갔다. 중국이 배제된 대화 진행 국면이 중국으로선 매우 황당했을 것이다.”

-중국 개입이 북한으로선 보험을 든 격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근거는 없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중국은 아마 이번 회담이 끝나고 나면 4자회담을 하자고 할 것이다. 6자회담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 일본이 끼면 자신들이 부각되지 않는다. 4자회담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를 다루자고 할 것이다. 중국은 일단 미북정상회담까지는 지켜볼 것이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대해 달라진 북한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 예술단의 공연이 북한 내에서 방송이 안됐다.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하거나 녹화 중계를 했다면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진 없다. 일부만 따서 북한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너른 마음으로 남한 받아들였다’는 식으로 비춰지게 만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남쪽에서만 공중파 3사를 비롯해 계속 ‘평화의 봄이 왔다’며 북한판 매력 공세를 우리쪽에 했다.”

- 어느 정도까지 합의돼야 이번에 남북·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나.

“일단 비핵화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거기서 더 진전이 된다면 북한이 얘기했던 비핵화의 여러 전제 조건들이 빠져야 한다. ‘우리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다’고 하면 김정은이 정의용 특사한테 얘기했던 비핵화의 조건이 공식적으로 빠지는 셈이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단순 합의문이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공동 성명에 ‘비핵화’란 말이 들어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첫째,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과 같은 발언은 모두 비공식적으로 나온 것인데 합의문에 명문화하면 나중에 ‘위원장이 말한 적 없다’고 날조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적어도 핵 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위치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에 대해서는 남한과 얘기 안 한다’고 했었다. 미북 간 문제지 남북문제가 아니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상 회담에서 ‘한반도 또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앞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후속 조치 협의를 시작하기로 한다’고 하면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비슷한 수준의 합의가 아닌가.

“그렇다. 과거 공동선언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다시 이행해나가는 것이다. 핵개발을 하지 않고, 주한 미군이 전략 핵무기를 들여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북한 측의 목표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핵 주권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비핵화 선언을 준수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라고 본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협상일이 다가왔는데 의제 협의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의제는 끝까지 협의가 안 될 것이다. 경호·의전 이런 부분은 기술적인 문제라서 해결할 수 있다. 김정은이 무슨 말을 할지 김영철은 물론 심지어 최룡해도 모르는데 의제를 어떻게 합의 하나. 우리 측은 회담장까지 리스크를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김정은의 배후에 젊은 엘리트 그룹이 있다’고 했다. 이런 의견을 어떻게 보나?

“북한은 토론이 활성화된 사회가 아니다. 김정은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라고 물었을 때야 어떤 안을 갖고 가는 거지, 참모들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와 사회 구조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회담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응변이 회담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경제발전이 시급한 북한이 경제 협력 이야기를 엄청 꺼내는건 아닐까?

“비핵화가 돼야만 제재가 풀린다는 걸 북한도 알고 있다. 우리의 5·24 조치도 그렇다.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사실 이 부분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제기를 했으면 하는 의제 중 하나다.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선 적어도 모호한 유감 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천안함이라고 꼭 못박지는 않더라도 과거 군사 도발 행위에 대한 어떤 형태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회담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회담을 파기하자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회담에 대한 필요성은 북한도 크다. 파국으로 가게될 경우 북미 회담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그쪽도 안다. 북미회담으로 갈 때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열쇠이니 잘 알아서 판단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과거 도발에 대한 당신의 입장 표명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된다. 김정은도 자신이 집권하기 전의 일이니 부담이 덜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부가 원칙에 맞게 했구나’라고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도 대북 정책 추진이 훨씬 편하고 보수층에도 어필할 수 있다.”

-정상회담 때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도 올 것 같은데, 어떤 활동을 할까? 혹시 서울을 방문하는 건 아닐까?

“리설주가 별도의 동선으로 활동한 적은 없다. 김정은은 현재 정상 국가를 강조하기 위해 리설주를 공개 석상에 함께 나간다. 이번에도 평화의집에 같이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상끼리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차를 마시면서 환담하고, 또 선물을 교환하다 보면 1~2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그러면 정상과 함께 오찬을 하겠고, 오찬 후엔 어떤 일정을 소화할지 예상이 어렵다. 판문점 투어도 쉽지 않을텐데.”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미북정상회담은 어디에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제3국 이야기가 나오는데, 난 트럼프가 평양으로 갈 것 같다.”

-트럼프의 평양행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만약 제3국에서 하게 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김정은이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완전 꿔다 놓은 보릿자루 꼴이 된다. 반면 트럼프가 평양으로 갈 경우,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트럼프의 몫이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첫 평양 방문이다. 경호 문제가 있겠지만 만약 트럼프가 평양을 간다면 몇주전부터는 평양시내가 마비될 것이다. 묵을 숙소를 봉쇄할 것이고 항모전단과 전투기가 평양 인근에서 대기할 것이다. 트럼프라면 평양 시내를 들어가면서 손을 흔드는 세리머니도 할 것이다. 자신의 쇼맨십을 보여주는 거다.”

-제주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주도는 위기 발발시 탈출구가 없다. 서귀포에서 일단 제주까지 가는데 한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제주공항에서 바로 비행기를 못띄운다. 거긴 민항기가 너무 많이 이착륙한다. 그래서 백악관 경호팀이 제주를 기피한다. 중국은 지금 미중 갈등 와중이라 불가능하고, 스웨덴은 거기까지 날아갈 비행기가 북한에 있나. 중간에 환승하는 건 김정은 입장에서 폼이 안나는 일이다.”

-정상회담 직전 또 정부에 조언할 게 있다면?

“‘비핵화’를 꼭 달성해야 하고 북한이 덧붙이려 하는 조건은 무조건 빼야 한다. 첨언하자면 (6·15 공동선언이나 10·4선언 같은)이번 정부만의 유산을 남기려는 데 매이면 안된다. 그러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김대중정부 6·15 공동선언을 보면 남북기본합의서를 베이스로 한다. 그런데 노무현정부의 10·4 공동선언에 가면 기본합의서 이야기가 빠졌다. 정부마다 꼭 자기들만의 것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게 과거 정상회담과 차별화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이 합의하고 세대 세대가 지나서도 지켜질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전 미 국무부 북핵특별대사)./연합뉴스
-국제 정세가 급박한데 정부는 한미연구소(USKI)에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예산을 빌미로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잘못된 일이다. USKI의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워낙 방만했고 성과가 별로 없었다. 이번에 교체 압력을 받은 구재회 소장도 활동한 흔적이 거의 없다. 성과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보수 정부에서도 투자한 것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보수 정부 때도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이 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미국 학계에서는 ‘후원은 해도 독립성은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게 철칙이다. 돈을 줬기 때문에 그 성과가 미미하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고유 권한인 인사에 개입하며 후원을 끊겠다고 하는 바람에 한국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됐다. 워싱턴포스트에도 ‘한국의 진보 정보가 미국의 북한 정책에 대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고 했다. 학계, 싱크탱크는 진보·보수를 떠나 동병상련하는 동료 의식이 있다. 후원을 하고 ‘감 놔라 대추 놔라’라고 하면 차라리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식도 강하다. 후원으로 활동을 제약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건 미국의 정서와 안 맞는다.”

-그런데 왜 현 정부는 이렇게 무리했을까.

“왜 이것을 문제 삼았을까 약간 의아했다. USKI는 나름대로 진보 정부와 색깔이 비슷한 연구 기관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내 얼마 되지 않는 대화파가 모여 있는 곳이 USKI다. 처음부터 구 소장을 타깃 삼은 것 같지는 않다. 무언가 그림이 잘못 그려진 것 같다.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은 지난번에 방한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도 만났지 않았나.”

-현 정부가 USKI뿐 아니라 우리나라 외교·안보 싱크탱크를 전면 물갈이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정권 바뀔 때마다 항상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데이비스 스트라우브 연구위원은 당초 미국에서 이미 계약을 연장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자꾸 재갈을 물리려고 하니 앞으로 한국에서는 이런 것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진보·보수 정권을 오가며 한 번씩은 물갈이가 있었다. 문제는 현 정부는 이런 것들이 적폐여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런 것을 또 반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색깔이 아닌 합리성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부장을 거쳐 외교안보연구원 소장과 국립외교원 기획부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현안팀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장, 국방연구원 국제군축연구실장, 선임연구원 등 외교안보 특히 한미관계, 군축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이다.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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