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고 또 뒤집고… 속 뒤집는 김상곤

입력 2018.04.13 03:00

[오늘의 세상]
교육부 장관의 잇단 정책 번복

수능 절대평가엔 "정부 입장 아냐"
수시 학종 확대엔 "부작용 우려"
대통령 공약·국정과제와 다른 발언

교육계 "金장관에 현안 물어봐도 '네네' '그렇습니까?' 답변뿐… 자기 소신이 없는 사람 같았다"

지난 11일 교육부가 올해 중3 대상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하자 한국교총은 "교육부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관련 쟁점들만 나열해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전교조 역시 성명을 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쟁점을 정리하는 데 7개월을 소모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총뿐 아니라 현 정권 지지 세력인 전교조마저 "대입 개편안에 기본 원칙과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상곤 장관과 교육부의 입장 번복
교육부는 11일 발표한 대입 개편안에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 방향을 사실상 뒤집는 내용들을 포함시켰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고교 정상화를 위한 학생부 중심 전형 확대' '학생 간 경쟁 완화·서열화 금지' 같은 현 정부 정책들이 최근 잇따라 방향을 잃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권마다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정책 방향이 있는데 현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됐는데도 이번 교육부 정책 방향은 오리무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역대 교육부도 잦은 대입제도 변경 등으로 학부모·학생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그나마 정책 방향은 있었는데, 이번 교육부는 그것마저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선 공약도 "정부 입장 아니다"

교육부는 "학생부 중심으로 입시제도를 이끌어가겠다"는 정책 기조를 사실상 포기했다. 애초 밝힌 대로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하면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학생부 중심 전형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 연말 언론 인터뷰에서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향후 과제는 학종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다. 학종은 이미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최근 갑자기 이런 정책 방향을 바꿔 주요 대학에 전화를 돌려 "정시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1년여밖에 남지 않은 고2 대상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전형 선발 인원을 늘려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전년에 비해 정시 선발 인원을 크게 확대했다. 대입 1년여를 앞두고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그간 "대학 입시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한 교육부의 약속도 뒤집어졌다. 게다가 지난 11일 개편 시안 발표 자리에서는 "학종·수능 전형의 적절한 균형을 모색해달라"고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 평가 방법'을 보면 정부의 교육 정책은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 대선 공약에 포함된 '수능 절대평가'뿐 아니라 '현행 상대평가' '원점수제 수능' 등을 모두 제시하며 "이 가운데 우리(교육부)가 비중을 두는 안은 없고, 어느 안이든 국가교육회의가 정해주면 따르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수능 절대평가가 "현 정부의 기본 입장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수능 원점수제는 과목별로 25문항을 출제해 문항당 4점씩 100점 만점으로 매기는 방법으로 과거 학력고사와 유사하다. 기존에 교육부가 밝혀 왔던 '서열화 금지'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연구소장은 "교육부가 그때그때 대입제도를 땜질식으로 바꾸지 않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결국 중3부터 고3까지 모두 다른 입시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소신 없는 장관이 정책 방향 번복"

교육부 정책 방향이 이처럼 종잡을 수 없게 된 것은 '김상곤 장관이 소신과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 단체장은 "김 장관과 여러 차례 만나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교육 정책 이슈에 대해 질문해도 '네, 네' '그렇습니까'라고만 할 뿐 자기 의견을 말한 적이 없었다"면서 "샤이(shy·수줍음)한 걸 넘어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 같았다"고 했다.

교육부 고위 공무원 A씨는 "과거 장관들은 적어도 한두 가지씩 꼭 임기 중에 펼치고 싶어 하는 정책이 있었고, 그런 정책에서 장관 개인의 교육 철학과 소신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김 장관은 (국정교과서 폐지 외에는)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갖는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가 기존에 추진하던 교육 방향을 번복하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추진할 방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교육부는 '우리는 이제 아무런 정책 방향이 없다. 모든 것을 국민에게 맡기겠다'며 숨어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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