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막힌 코… 영산포 홍어가 뚫어드립니다

입력 2018.04.13 03:00

[그곳의 맛] ③나주 '영산포 홍어'

홍어 年 1200t 가공·유통
마니아라면 홍어 코부터 한입… 돼지고기·김치·막걸리와 '궁합'

오늘부터 3일간 '홍어축제'
유채꽃 활짝 핀 영산강 둔치서 홍어 역사 알려주는 전시
다양한 홍어 요리도 접할수있어

전남 나주 시가지에서 영산포로 넘어가는 영산대교에는 1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영산포 홍어 축제'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저 멀리 '600년 홍어의 거리' 안내판이 보였다. 봄바람을 타고 홍어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이곳 영산포가 숙성 홍어의 본고장임을 알리는 반가운 냄새였다

◇영산포, 숙성 홍어의 본고장

일제강점기 집중 개발돼 1970년대까지 수산물의 내륙 공급지였던 영산포구. 선창은 남았으나 뱃고동은 사라진 이 포구에서 홍어가 옛 영화(榮華)의 명맥을 잇고 있다. 홍어의 대표는 크게 두 가지다. 현지 해역에서 잡아 공급하는 흑산도 홍어와 삭혀서 공급하는 영산포 홍어다.

숙성 홍어의 본고장인 영산포에서는 삭힌 홍어, 묵은 김치, 삶은 돼지고기의 삼중주가 절묘한 홍어 삼합을 맛볼 수 있다.
숙성 홍어의 본고장인 영산포에서는 삭힌 홍어, 묵은 김치, 삶은 돼지고기의 삼중주가 절묘한 홍어 삼합을 맛볼 수 있다. 영산포엔 가공·유통업소 40곳이 성업 중이다. /영상미디어 한준호 기자

영산포 홍어 거리에서 홍어를 들어 보이는‘홍어세상’2호점의 양승호·손순희 부부.
영산포 홍어 거리에서 홍어를 들어 보이는‘홍어세상’2호점의 양승호·손순희 부부. /김영근 기자
숙성 홍어를 본고장에서 즐기려는 이들은 영산포를 찾는다. 이곳의 홍어전문음식점은 7곳. 코를 찌를 정도로 삭힌 것부터 약한 정도의 것까지 홍어의 모든 부위를 맛볼 수 있다. 홍어 맛을 아는 사람들은 "홍어는 '1코, 2날(개), 3꼬(리), 4(몸)통'"이라고 한다. 홍어의 부위 중 코가 제일 맛있고, 이어 날개와 꼬리, 몸통 순이라는 표현이다. 초보자에게는 몸통 살이 가장 부드러워 접하기 쉽다.

영산포엔 가공·유통업소 40곳이 성업 중이다. 숙성 홍어가 갈수록 인기를 모으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몰려든다. '홍어의 거리' 중심에 있는 '홍어세상' 주인 양승호씨는 "서울, 경기는 말할 것 없고 제주도, 경상도에서도 날마다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영산포에서 가공·유통하는 홍어량은 연간 1000~1200t이다. 매출액으로는 200억원 정도다. 수입 냉동 홍어를 주로 취급한다. 강건희 영산홍어 대표는 "홍어를 취급하는 항구도시들과 서울 대형 시장들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브랜드를 갖고 물량을 유통하는 곳은 영산포"라고 말했다.

영산포가 전국적 가공유통지로 도약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한때 광주가 호남권 최대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을 내세워 홍어 유통지로 부상했다. 영산포는 대형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저온숙성의 균질 상품을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해 전국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영산포 홍어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어 썰기를 배우고 있다.
지난해 영산포 홍어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어 썰기를 배우고 있다. /나주시
영산포 홍어 맛은 업체마다 축적해온 고유의 저온숙성법에서 나온다. 온도와 기간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대체적으로 5~10℃에서 15~20일간 삭힌다. 적절한 점성에 모든 부위들을 고르게 삭히는 것이 숙성의 핵심이다.

◇홍어축제도 흑산도보다 6년이나 앞서

영산포 홍어의 기원은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 왜구의 침범에 따라 섬사람들을 뭍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공도(空島) 정책이 추진됐다. 그 무렵 흑산도 사람들은 뭍으로 나와 남포(영산포)에 살았다고 한다. 신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이다. 흑산도와 2.3㎞ 떨어진 영산도 사람들도 이곳에 강제 이주됐다. 이후 영산포는 호남 내륙에 홍어를 유통하는 거점이 됐다. 영산강 뱃길로 흑산도를 오가며 공급했던 홍어는 보름 이상 걸려 '삭혀서' 팔려나갔다.

전남 나주 영산포 현황
산업화 시대 도시로 떠났던 남도 사람들에게도 홍어는 고향의 맛이었다. 시인 장옥관은 시 '흑산도집'에서 "고향 떠난 남도사람 몰려드는 공단변두리 흑산도집 위엔 밤마다 홍어떼 무리져 날아다닌다"라고 했다.

숙성이 오래될수록 홍어에선 암모니아 냄새가 강하다. "코를 찌른다" "입천장이 벗겨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깊은 바다에서 사는 연골어류인 홍어, 가오리 등은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 배설물인 요소를 축적하고 있다가 피부로 조금씩 배출한다. 체내에 남아 있는 요소가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독특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긴다. 이 과정이 숙성 또는 발효다.

홍어 하면 돼지고기에 막걸리를 걸치는 홍탁삼합이 가장 친숙한 조합이다. 지방질이 많은 돼지고기와 지방질이 없는 홍어가 보합 작용하고, 김치는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를 잡아준다. 홍어의 애와 부산물을 보리 잎과 함께 푹 끓인 홍어애국도 별미다. 홍어를 쪄서 콩나물과 함께 파간장을 적셔 먹는 찜도 좋다. 뜨거운 튀김과 전은 입속에 넣는 순간 쏘는 맛이 강해 "흡~" 하며 순간 숨이 멈춰질 정도다.

홍어 축제는 영산포가 원조다. "홍어를, 영산포의 영화를 되살리자"며 2001년 시작했다. 흑산도에 6년 앞섰다. 올해는 13~15일 사흘간 열린다. 축제 기간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영산강 둔치에서는 영산포 홍어의 역사에 깃든 애환(哀歡)을 알게 해주는 전시가 열린다. 전통적인 홍어 숙성법, 아르헨티나 등 각국 홍어, 다양한 홍어 요리를 접할 수 있다. 영산강을 오갔던 옛 황포돛배도 다시 띄운다. 홍어탑 쌓기, 홍어 부위별 예쁘게 놓기, 홍어 코 참기 등 다양한 게임도 준비했다. 홍어를 평소 가격보다 싸게 판매한다. 김민주 영산포홍어축제위원장은 "홍어 거리를 산뜻하게 단장해 영산포 홍어의 참맛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올해 10만명 이상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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