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인공지능 의사' 탄생… 진단서도 척척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8.04.13 03:00

    [美 식품의약국 최종 판매 승인]

    당뇨 망막병증 진단 의료기기
    1분내 90% 가까운 정확도로 분석… 실명 원인 1위 질환 조기에 발견

    유방조영술부터 암치료법까지 글로벌 IT 기업들 개발 뛰어들어
    "향후 많은 영역서 의사 대신"

    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미국에서 처음 판매 허가를 받았다. 전문의처럼 환자에게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의사'가 탄생한 것이다. 세계 첫 의료용 인공지능인 IBM 왓슨이 의사를 보조해 암 진단을 했다면, 이번 인공지능 의료기기는 한발 더 나가 사람을 대신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의료기기업체 IDx가 개발한 안과용 인공지능 의료기기 'IDx-DR'에 대해 최종 판매 승인을 내렸다고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IDx-DR은 환자의 눈 영상을 분석해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당뇨 망막병증은 고(高)혈당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손상돼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할 경우 실명(失明)까지 할 수 있다. 이 의료기기가 본격 보급될 경우 환자는 병원에서 오랜 시간 전문의 진료를 기다리지 않고 일반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간편하게 검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 첫 승인받은 AI 의료기기 IDx-DR의 진단 방식
    당뇨 망막병증은 발병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2만4000명이 이 질환에 걸리는데, 절반 이상이 제때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과 전문의 진료 예약이 쉽지 않고, 대기 시간이 길어 정밀 검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뇨 망막병증은 국내에서 실명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

    IDx-DR은 환자의 망막 영상만으로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IDx-DR은 우선 망막 디지털 카메라로 양쪽 눈의 망막 영상을 두 장씩 촬영한다. 이어 망막 이미지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입력해 기존 당뇨 망막병증 환자의 눈 영상과 비교해 진단을 하는 식이다. IDx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전문의보다 빠르게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환이 발견될 경우 인공지능은 수술·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과 함께 한 장짜리 진단서를 안과 전문의에게 전달한다. IDx-DR은 지난해 900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 시험에서 87.4%의 정확도로 당뇨 망막병증 환자를 가려냈다. 음성인 경우 진단 정확도는 89.5%였다.

    글로벌 IT(정보 기술) 기업들도 의료용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2월 눈의 영상 자료를 분석해 녹내장과 당뇨 망막병증, 시력 감퇴 등 주요 눈 질환 진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딥마인드는 향후 방사선 치료와 유방조영술(유방 X선 검사)까지 인공지능 진단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은 아직 사람에 비해 미흡한 점이 있지만 영상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정교해지고 있고 임상 경험을 통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향후 많은 영역에서 의사를 대신해 병 진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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