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고향은 인도 아닌 네팔입니다

조선일보
  • 김한수 기자
    입력 2018.04.13 03:00

    용인 와우정사에 오는 '네팔 불상'
    주한 네팔인들 모금해 제작

    "부처님은 네팔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그런데 한국 불자들은 그냥 '인도 출신'으로만 알아요. 네팔 사람을 닮은 부처님상을 세워 부처님 고향이 네팔이란 걸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네팔 현지에서 제작해 이달 말 한국으로 오는‘네팔 부처님상’.
    네팔 현지에서 제작해 이달 말 한국으로 오는‘네팔 부처님상’. /재한 네팔인 공동체
    일요일인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와우정사(조실 해곡 스님)는 아침부터 네팔인들로 북적였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50여명의 주한 네팔인은 현수막을 펼치고 과자와 떡, 바나나, 옥수수마가린 등으로 제상을 차리느라 분주했다. 이날 행사는 '네팔 부처님상 모실 제단 기공식'.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22일)을 앞두고 5월 20일 와우정사에서는 네팔에서 제작해온 높이 280㎝짜리 청동불상을 모시는 점안식에 앞선 예비 행사였다. 아르준 주한 네팔 대사는 이날 행사에 소형 네팔 불상 한 점을 기증했다.

    주한 네팔인들이 '네팔 부처님상 모시기'에 나선 건 '섭섭함' 때문이다. 10년 전쯤 주한 네팔인 단체가 서울 조계사 앞에서 불자들을 대상으로 '부처님 고향'에 대한 설문을 했다. 응답자 85%가 '인도'라고 답했다. 불과 7%만 '네팔'인 걸 알고 있었다. 해외 거주 네팔인협회 한국 대표 케이피씨는 "룸비니를 다녀온 분들조차 '부처님 고향은 인도'라고 생각하니 참 섭섭했다"며 "외국인들이 독도가 한국 땅인 걸 몰라줄 때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동기는 세계 어느 나라 불상과도 다른 특유한 네팔 불상이 한국엔 없다는 자각이었다. 한·중·일 불상이 둥근 얼굴이고, 동남아 불상이 갸름한 얼굴이라면 네팔 불상은 그 중간쯤이다. 하관은 갸름하지만 전체적으론 둥근 인상. 와우정사는 '불교 테마파크' 혹은 '세계 불상 박물관' 같은 곳으로, 동남아 각국 불교계가 기증한 불상이 즐비하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만명 중 태국인만 20만명에 이를 정도로 국내외에서 유명하다.

    네팔인들은 이곳에 네팔 불상을 기증하기로 하고 2년여에 걸쳐 모금운동을 펼쳤다. 국내에 거주하는 네팔인은 약 4만명. 그중 400여명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 재한 네팔인 공동체 언주 케씨 회장은 "재한 네팔인들은 어렵게 살고 있지만 1만~10만원씩 정성을 모았다"고 했다. 이들은 네팔 현지에서 대(代)를 이어온 공방에 불상을 특별 주문했다. 제작 전 과정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받아보며 수시로 체크했다.

    이들은 와우정사에 모시는 네팔 불상의 전각 둘레에 히말라야 설경과 네팔 주요 도시 사진을 배치하고 마니차(경전을 넣어 돌리는 통) 108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의방송 기자인 덤벌씨는 "여기에 '미니 네팔'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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