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이삼(菜心) 먹으러 홍콩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홍콩, 방콕, 하노이 등 동남아와 중국에서 즐겨 먹는 채소 초이삼을 국내 마트에서 지난해 말부터 팔기 시작했다. 초이삼뿐 아니라 공심채, 브로콜리니, 방울양배추, 카이란, 펜넬 등 얼마 전까지 외국에서나 맛볼 수 있던 채소들을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외국 채소가 마트에 등장한 것은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고 또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거부감이 줄고, 외국에서 맛본 음식을 국내에서 먹고 싶다는 수요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 윤샘이씨는 "최근 2~3년 새 외국 채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며 "몇 년 전 공심채를 시험 판매했지만 반응이 나빠 바로 접었는데 작년 5월 다시 내놓으니 잘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아스파라거스는 이제 업계 용어로 '특수 채소'로 부르기 어려울 만큼 잘 팔린다.
외국 채소를 가장 쉽게 먹는 방법은 원산지 방식대로 요리하는 것이다. 초이삼, 공심채, 카이란 등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먹듯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과 함께 볶아 먹으면 맛있다. 브로콜리니와 방울양배추는 서양식으로 버터를 살짝 두르고 갈색이 돌도록 굽는다. 비린내 제거 효과가 탁월해 생선이나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펜넬은 오렌지와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가정에선 '펜넬 오렌지 샐러드'를 자주 만든다. 큼직한 양파처럼 생긴 펜넬의 뿌리줄기를 가늘게 썰어 오렌지와 함께 올리브오일에 버무려 소금으로 살짝 간하면 끝이다. 파파야는 과일이지만 태국에선 덜 익었을 때 태국식 김치 '쏨땀'을 담근다. 무채처럼 가늘게 썰어서 생선액젓, 다진 마늘, 설탕, 고춧가루로 가볍게 버무리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외국 채소를 우리 나물처럼 먹는 사람이 늘면서 한국식으로 요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숨이 죽어 볼품이 떨어지는 시금치보다도 공심채를 한국식으로 나물 무침하는 게 낫다는 경험담이 인터넷 주부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온다. 공심채를 시금치 대신 김밥에 넣으면 예상치 못했던 별미가 된다. 단, 생(生)으로 넣으면 물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볶아서 쓴다.
요리연구가 김유진(메이)씨는 "일본에선 봄나물을 잘게 다져 된장에 넣고 볶음된장을 만든다"며 "공심채, 카이란, 브로콜리니 같은 채소를 볶음된장으로 만들면 채소의 쌉싸름한 맛과 된장의 구수하고 짭짤한 맛이 잘 어울리며 밥반찬으로 그만"이라고 했다. 그는 "간장이나 초간장에 30분만 절여뒀다가 덮밥을 만들어도 아주 좋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