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왜 '4년 뒤'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입력 : 2018.04.13 03:17

    정부를 평가하는 것은 지지율 아닌 역사다
    4년간은 지지율에 취해 신바람 낼 수 있다
    임기 후 돌아올 대가를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박정훈 논설위원
    박정훈 논설위원
    삼성의 반도체 공장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자해(自害)에 다름 아니다. 한 나라 정부가 이토록 무책임한 국익 손실 행위를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부의 독특한 계산법에 비춰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정보 공개의 부작용이 확인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중국 등이 삼성을 베껴 반도체 공정을 재조립하는 것은 몇 년 뒤일 것이다. 반면 인기 끌고 지지율 높이는 효과는 당장 나타난다. 이익은 눈앞이고 부작용은 한참 뒤다. 그러니 하고 본다. 이것을 '핌투'(PIMTOO: please in my term of office)라 한다. 임기 중엔 생색날 일만 하려는 단기(短期) 이기주의다.

    반대도 있다. 인기 없는 일은 임기 뒤로 미루려는 심리다. 이건 '님투'(NIMTOO: not in my term of office)로 불린다. 이를테면 근로시간 단축법이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이 법에 '님투' 조항이 들어갔다. '제도 개선안을 2022년 말까지 마련한다'고 부칙에 넣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당장 올여름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개선책은 4년 뒤에나 추진하겠다고 법에 명시했다. 그렇게 법을 만들어 놓고는 기업들이 아우성치자 뒤늦게야 보완책 검토 운운하고 있다. 발등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이제야 해외 사례를 알아보겠다고 한다.

    이 정부 행태 중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것이 많다. 상식으론 이해 못 할 정책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탈원전을 한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고, 최저임금을 올려 일자리 손실을 자초한다. 세계와 거꾸로 반기업과 친노동, '큰 정부'의 역주행을 치닫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뿌리에 '핌투'와 '님투'가 있다. 인기 있는 일은 서두르고, 없는 것은 미루려 한다. 중장기 국익보다 임기 내 인기를 더 중시한다. 근시안적인 지지율 지상주의가 온갖 정책 분야에서 비상식을 치닫게 하고 있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는 이 정부의 대표 상품이다. 올해만 청년 일자리 사업에 6조7000억 원을 쓰기로 했다. 그 돈으로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일자리 한 개당 1억3000만원꼴이다. 연봉 3000만원짜리 일자리 만드는 데 세금 1억여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형편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올 수 없는 계산이다.

    그렇게 만든 일자리조차 언제까지 지속될지 기약없는 것들이 많다. 작년에 11조원 추경을 써서 7만명 고용을 창출했다. 그중 절반이 택배·사회봉사 같은 '노인 알바'(임시직)였다. 고용주가 예산 지원을 바라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이 끊어지면 그런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차라리 청년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온다. 상식을 벗어난 일자리 정책은 올 한 해로 끝나지도 않는다. 정부는 '4년 내내'를 말하고 있다. 세금 퍼붓는 비상조치를 2021년까지 계속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 정책엔 4년짜리가 유난히 많다. 탈원전을 해도 4년간은 전기료 인상이 없다고 한다. '문재인 케어'에 큰돈 들지만 2021년까진 보험료를 안 올려도 된다고 한다. 건보 적립금 20조원을 깨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기금이며 적립금마다 손대는 것이 이 정부 특기다. 주거 복지 등을 위해 주택도시기금 70조원을 헐겠다고 한다. 10조원이 쌓인 고용보험기금도 일자리 대책에 투입하기로 했다. 4년 동안은 펑펑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대해선 침묵한다. 기금이 고갈되고 적립금이 바닥나면 어떻게 할지 말하지 않는다. 임기 동안 신바람 내고 끝날 4년짜리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의 금전 감각은 놀랍기만 하다. 거침없는 씀씀이가 세상의 상식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시민단체와 운동권 출신의 본성이 원래 그렇다는 이들도 있다. 남의 돈을 갖다 쓰기만 했지 돈 버는 일을 안 해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부류의 인상 비평엔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 정부에게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축적 대신 소모, 건설보다 해체의 이미지가 돌출해 있다. 무언가의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파이를 늘리려는 관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중 지지에 매달리는 인기도 중심의 국정 운영 때문일 것이다. 70%가 지지하는데 뭐가 문제냐 할지도 모른다. 4년은 지지율에 취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가 임기 후에 찾아온다. 이대로라면 4년 뒤가 밝을 수 없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성장 엔진이 식었는데 금고마저 텅 빈 미래가 기다릴지 모른다. 그때 가서 정권의 공과(功過)를 평가하는 것은 지지율 아닌 냉엄한 역사다. 역사책에 이 정부가 어떻게 기록될지 생각하면 식은땀이 흘러야 정상이다. 왜 '4년 뒤'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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