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20대...김기식 '13일의 금요일' 넘길 수 있을까

    입력 : 2018.04.12 13:38 | 수정 : 2018.04.12 14:13

    청와대는 12일 ‘외유성 출장’ 등의 의혹속에 야당에서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엿새째 감싸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민감하게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

    현 정부 주요 낙마자들의 자진 사퇴 시점이 여론에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로 금요일에 집중됐던 점을 고려하면, 오는 13일이 김 원장 거취를 둘러싼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김 원장 관련 “입장변화는 없다”고 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관련 보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도에 대해서는 무심히 흘리지 않고 모두 보고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 김 원장 낙마시 ‘보증’ 선 청와대 참모진도 타격

    청와대가 ‘입장 변화 없다'면서 김 원장 감싸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김 원장을 둘러싼 공방에서 밀리면 문재인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직접적으로 김 원장을 감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조 수석이 임 실장의 지시에 따라 4월 6일부터 9일까지 김 원장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 그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브리핑은 김 원장의 해외 출장 관련 의혹의 ‘적법성’과 ‘해임 여부'를 직접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근거로 인사에 책임을 진 임 실장, 공직기강 및 인사검증의 책임을 진 조 수석을 내세운 발표였다. 이에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보증수표”, “면죄부"라는 표현을 쓰면서 청와대를 비판했다.

    조현옥 인사수석도 또 한차례 낙마 사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과 함께 참여연대, 더좋은미래 등의 조직에서 활동을 함께한 여권 인맥 전반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 조직의 역사를 김 원장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현직 공직자는 물론이고,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여권의 상당수 초재선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참여연대 및 더좋은미래 관련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참여연대와 더좋은미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기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20대, ‘김기식 사퇴해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 흐름

    청와대의 김 원장 감싸기는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계속되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하루동안 실시해 이날 공개한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50.5%가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50대·60대이상에서 사퇴 찬성이 대다수이거나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퇴 찬성 50.6%, 사퇴 반대 25.9%로 나타난 20대 여론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동안 조사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이날 공개했는데, 지난주에 비해 1.9%포인트 내린 66.2%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20대가 보내는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이같은 하락 비율은 전 연령중 가장 높은 것으로 30대(4.9%포인트 하락), 40대(3.7%포인트 하락)보다 두드러진다.

    사안별로 유연하게 반응하는 20대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20대 여론의 중요성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김 원장 비토론도 청와대에는 부담이다. 특히 정의당은 이날 김 원장 사퇴 요구를 당론으로 정했다. 정의당의 지지층은 문 대통령 지지층중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이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정의당은 지난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낙마를 이끌어 내면서 ‘정의당 논평은 데스노트’라는 평도 들었다.

    ‘내로남불’에 ’기득권’ 프레임 겹치면...여권에 중장기 악재될 수도

    피감기관에 대한 고액강좌, 외유성 출장 등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기득권’ 프레임으로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도 또다른 부담이다. 클린턴 후보는 당시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를 대상으로 한 억대 고액 강연으로 인해 ‘월가 장학생’, ‘기득권 정치세력(established)’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이 때문에 버니 샌더스, 도널드 트럼프 등 경쟁자들은 ‘반(反)기득권’을 내세워 클린턴 후보를 공격했고, 결국 클린턴 후보는 낙선했다.

    이미 현 여권이 안고 있는 ‘내로남불’ 프레임에 위에 힐러리 클린턴이 겪었던 ‘기득권’ 프레임이 겹치게 되면 인사 및 선거 상황에서 중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여권 핵심 인력풀이 속한 세대는 지난 정부까지 정권만 잡지 못했을 뿐,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이미 기득권을 확보한 상태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20대들이 현 정부 정책에 대한 ‘크로스보팅’ 성향을 보이는 이유를 이같은 ‘세대간 갈등’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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