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갈색 파운데이션, 보통 체형 속옷... 패션 뷰티 '미의 기준' 바뀌었다

입력 2018.04.12 06:00

마른 모델 대신 보통 체형 기용한 속옷 회사 매출 20% 증가
리한나, 40가지 피부색 반영한 파운데이션 출시해 대히트
패션·뷰티 업계, 트럼프 인종차별정책 반작용으로 다양성 요구 확산

’다양한 인종의 모델 9명을 등장시킨 보그 영국판 5월호 표지, 히잡을 착용한 모델과 통통한 몸매의 모델, 한국인 모델 등이 눈길을 끈다./보그 제공
패션잡지 보그 영국판은 5월호 표지 모델로 다양한 인종의 여성 모델 9명을 등장시켰다. ‘패션산업의 새로운 개척자’라고 표현된 모델들은 히잡을 쓴 모델 아밀라 아덴을 비롯해 한국인 모델 배윤영,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 등이 포함됐다.

표지를 만든 주인공은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지난해 보그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된 에드워드 에닌풀이다. 그는 잡지 서문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난 일 중 가장 긍정적인 일 중 하나는 패션 산업이 다양성(Diversity)을 포용한다는 것”이라며 “다양성은 흑백이 아니다. 인종, 크기, 사회 경제적 배경, 종교, 성별에 상관없이 전반적인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이 표지와 함께 기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 마른 백인 모델에서 유색인종·통통한 모델로

마르고 어린 백인 모델 일색이었던 모델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스팟패션(The Spot Fashion)이 발표한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가을/겨울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쇼에 오른 유색인종 모델은 전체의 32.5%로, 2015년 봄(17%)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체형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지고 있다. 미국 수영복 브랜드 크로맷을 비롯해 알렉산더 맥퀸, 마이클 코어스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비교적 통통한 몸매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무대에 세웠다.

크로맷 패션쇼에 오른 플러스 사이즈 모델(왼쪽)과 버버리 패션쇼에 오른 흑인 모델/각 브랜드 제공
패션계가 다양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기 몸 긍정주의(Body-positive)’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혹사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개념이다. 실제로 미국 속옷 브랜드 에어리의 경우 2015년부터 광고 모델의 포토샵 보정을 중단하고 마른 모델 대신 현실적인 체형의 모델을 내세운 결과, 연매출이 20%대 증가했다. 반면 비현실적인 미녀 모델을 고집하는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 시대를 역행하는 인종차별주의적 정책이 다양성과 다문화를 찾는 요구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경우 유색인종 인구가 늘고 있지만,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는 아직 유색인종이 주인공이 되거나 긍정적인 역할 맡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최근 흑인 영웅이 등장한 영화 ‘블랙팬서’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듯 다양성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팝스타 리한나도 다양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목을 끌었다. 리한나는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딴 색조 화장품 브랜드 펜티 뷰티를 통해 40가지 피부색을 반영한 파운데이션을 선보였는데, 일주일도 안 돼 8종의 파운데이션이 동났다. 대부분 어두운색과 황갈색 제품으로, 이는 그동안 유색인종을 위한 화장품이 얼마나 부족했었는지를 방증한다. 리한나는 “모든 피부를 화장한 피부가 아닌 완벽한 피부로 커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리한나의 펜티 뷰티는 40가지 피부색을 반영한 파운데이션으로 호응을 얻었다./펜티 뷰티 제공
◇ 버버리 성 소수자 패션쇼, 타미힐피거 장애인 컬렉션

성별을 파괴한 젠더리스(Genderless·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패션)와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한 히자비스타(Hijabista·히잡+패셔니스타) 등 다양성을 적용하는 범주도 넓어지고 있다.

영국 명품 버버리는 지난 2월 패션쇼에서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를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 무지개 패션쇼를 선보였다. 버버리를 상징하는 트렌치코트와 체크 목도리를 비롯해 거의 모든 제품에 무지개색이 활용됐다. 무지개는 통합과 포용, 그리고 성 소수자를 상징한다. 이 쇼를 마지막으로 버버리를 떠난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우리의 힘과 창의력이 다양성에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컬렉션을 출시한 타미힐피거/타미힐피거 제공
미국 브랜드 타미힐피거는 장애인을 위한 의류 라인을 출시했다. 2016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장애인 컬렉션은 단추와 지퍼 대신 자석과 벨크로(찍찍이)를 사용하고, 원피스와 티셔츠의 뒤편을 완전히 개방하도록 설계해 입고 벗기가 수월하다.

소수 민족을 위한 패션 라인도 확산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 DKNY, 나이키, 유니클로 등이 무슬림 여성을 위한 특별 라인을 내놨으며, 미국 메이시 백화점도 ‘베로나 컬렉션’이라는 이름의 매장을 열고 히잡과 의류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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