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총리가 '재활용 대란' 질책해도 여전히 지자체에 책임 미루는 환경부

입력 2018.04.12 03:01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재활용품 업체들 가장 큰 불만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는 지자체 고유 책무이지요."

환경부가 '재활용품 대란'에 대한 긴급 대책을 발표한 지난 10일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긴급 대책은 폐비닐 등을 비롯한 재활용품 수거 거부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열흘 만에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 4일 이 자리를 만들려 했지만 "중장기 대책보다 수거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책을 받고 연기한 자리였다. 그렇게 만든 대책 발표 자리에서 환경부는 지자체 책임을 강조했다.

같은 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 혼란이 발생하기까지 중앙 정부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여겨지는 점이 많다"며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 중단을 예고한 것은 작년 7월인데, 관계 부처들이 미리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다시 지자체 책임을 거론한 것이다.

환경부 발표가 끝나고 "언제쯤 현재 상황이 정리될 수 있겠나"고 묻자 "확답하기 어렵다"는 답이 나왔다. "목표가 언제쯤이냐"고 재차 묻자 "목표일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수거 거부 사태가 전국으로 번지고,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 만한 대답은 아니었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소재를 가리는 동안 국민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양시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이모(65)씨는 "집에다 비닐을 쌓아둘 수 없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 금방 다시 수거해갈 줄 알았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재활용촉진법에 따르면 폐비닐·폐스티로폼 등 재활용 폐기물은 지자체장이 수거·처리하는 게 맞는다. 이 규정만 보면 지자체 책임이라는 환경부 주장이 틀리지 않는다. "재활용품 수거 과정에서 환경부 역할은 지자체 책무 이행을 위한 기술·재정적 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이 재활용품을 버려야 할지, 집안에 보관해야 할지, 수거를 해갈지 안 해갈지를 매일 걱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환경부의 '규정 타령' '지자체 타령'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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