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지방자치, 제대로 한번 해 보자

조선일보
  •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입력 2018.04.12 03:17

    전 세계 地自體, 투자 유치 위해 싼값에 부지 제공하며 경쟁
    우리는 토지 이용·환경 규제 등 중앙이 획일화, 지방은 선택 못해
    교육·노동 등 지자체에 넘겨야 인구·소득 늘어나는 '선순환' 시작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지역마다 여건도, 선호도 다를 수 있는데, 하나의 법률로 나라 전체를 규율해서는 각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국가의 권한을 지방정부들에 나눠주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확실하게 줄이고 창의·혁신의 원천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분권(分權)과 자치(自治)의 확대는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법령(法令)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것을 '법률(法律)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바꾸는 정도에 그친 정부의 개헌안은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국회가 법률을 만들 때 구체적인 것까지 규정해 버리면, 결과적으로 자치의 범위가 별로 확대되지 않는다. 최근 우리 국회는 행정부 재량에 맡겨야 할 일까지 시시콜콜 법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 권력도 이미 분산 대상이 되어야 할 정도로 집중돼 있다는 말이다.

    헌법의 지방자치에 대한 조항에 "국회는 모든 지방에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소한의 내용만 법률로 정함으로써 지방의 선택 폭을 최대한 확대해 주어야 한다. 기존 법률은 5년 내에 이런 관점에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모든 지방(정부나 주민이나)은 자기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그 최종 평가는 주민이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에 의해 판가름 난다. (물론 어떤 지역은 더 이상 인구가 늘어나지 않게 하자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아서 인구와 소득이 느는 지역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은 내·외국의 기업 투자를 끌어들여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 수입을 늘리고,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되면 선순환이 시작된다.

    기업의 투자에는 돈, 땅, 사람이 필요한데 돈은 기업이 더 잘 조달하기에,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가 투자 유치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수단은 땅과 사람이다. 땅을 확보해 주고 싼값에 제공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지자체가 투자 유치를 위해 가장 흔히 쓰는 수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땅은 너무 비싸 투자 유치가 어렵고, 나머지 땅은 농지나 임야, 녹지, 문화재, 군사시설, 자연환경 등 무엇인가를 보호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사용금지이다. 그리고 규모가 조금만 커지면 그것을 풀어주는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기업의 토지 확보에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다. 토지 이용에 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가지도록 헌법에 규정하면 좋겠다.

    환경 규제도 비슷하다.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연을 몇㎡ 희생해서 케이블카와 같은 관광시설을 만들려고 할 때, 왜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그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가. 지방에도 환경운동가가 있고 지방도 환경의 소중함을 안다. 그 저울질과 결정은 당사자가 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 진입로 개설 등의 비용을 국비(國費)에 떠넘기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았다고 해서 국립공원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국가가 가지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노동법과 관련한 지자체의 권한도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낮은 임금, 노사분규의 자제(自制) 같은 약속은 지방이 투자 유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추구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가 가능하도록 노동관계법에 지자체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자.

    최저임금도 지자체별로 정하게 하면 훨씬 실정(實情)에 맞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더 높은 임금과 더 많은 일자리를 놓고 저울질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해서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좋은 학교'는 이 교육열 높은 나라에서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이다. 그런데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와 분리한 것도, 광역 단위까지만 자치를 하는 것도 다 잘못이다. 전국적으로 통일해야만 될 사항만 중앙정부가 정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학교 단위의 자치에 맡겨야 한다.

    방과 후 영어교육 등 최근 교육 분야의 쟁점들을 보면서 왜 교육부가 붙들고 끙끙거리고 있는지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 단위의 자치에 맡겨라.

    어떤 쟁점이든지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해 주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자치에 맡기자. 많은 쟁점이 소멸하고 성장·발전이란 선순환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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