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급증..."美 부동산, 2005년 버블 형성기과 비슷"

입력 2018.04.11 15:05 | 수정 2018.04.11 15:08

미국 주택 가격과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가계의 부담이 늘고 있다. 대출금을 갚는데 월 소득의 45% 이상을 쓰는 채무자의 비중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로 가장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각) 미국 은행권이 대출 요건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뛰는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구매자들이 대출을 최대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 집값·금리 상승 이중고에 ‘내집 장만’ 어려워져

모기지 조사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은행이 집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총부채상환비율(DTI·대출 상환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를 차지하는 대출자 비중은 20%에 달했다. 이는 2007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년 동기(8%)의 2.5배다.

미국 부동산 시장 활황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조선일보DB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모기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저당회사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지난주 4.40%로 연초(3.95%) 대비 10% 올랐다.

WSJ는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에 가까워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집을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국 가계의 채무 부담은 크게 올랐고, 일부는 주택 매입 계획을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소하니 라오는 “지난해부터 내집 장만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몇달 전 생각을 접었다”며 “허름한 주택에도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1분기 서브프라임 MBS, 전년 대비 두배 증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10년 전 주택 버블 붕괴 이전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DTI 비율이 45~50%가 넘는 대출자 비중(20% 수준)이 2007년 기록한 고점인 37%에 크게 못 미치지만 버블이 걷잡을 수 없이 형성되기 직전인 2004~2005년 수준까지 뛰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형태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가증권이 13억달러(1조3860억원)어치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억6600만달러)에 비해 두배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거의 퇴출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우량(non-QM) 대출’, ‘비프라임(non-prime) 대출’, ‘자격 미충족(non-qualified) 대출’ 등의 이름으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대출을 구입한 뒤 MBS로 재매각하는 시장까지 다시 커진 것이다.

WSJ는 “그동안 금융규제로 비우량 대출이 엄격하게 제한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로 ‘상환 능력이 제한된 차입자’에 대한 대출이 있다”며 “이러한 거래로 이뤄진 MBS는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매입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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