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헌법' 비판에 개헌안 몰래 고친 청와대

입력 2018.04.11 14:27 | 수정 2018.04.11 17:29

‘토지공개념’ 조항에 “법률로써” 표현 추가
3월 25일 법제처 심사 후 수정 사항 공개때는 빠져
청와대 “표현을 명확히 했을 뿐, 숨기려한 것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개헌안)중 ‘토지 공개념’ 관련 조문이 국회 발의전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과 차이가 나는 것으로 11일 뒤늦게 드러났다.

11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 토론’ 화면
11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 토론’ 화면
토지 공개념 관련 조문은 개헌안이 공개된 직후인 3월 22일부터 야권이 ‘사회주의 헌법'(개정)이라고 비판했던 부분이라 청와대가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3월 26일 국회 발의 직전에 개헌안을 미리 손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표현을 명확히 했을 뿐, 숨기려한 것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의 법제처에 심사를 요청하기에 앞서 전체 조문(법제처 심사요청안)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법제처 심사요청안'의 토지 공개념 관련 조문은 제128조 제2항에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돼있다.

이같은 표현은 같은달 26일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의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최종적으로 등재된 개헌안에서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법률로써”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달 25일 “법제처 심사의견에 따른 헌법개정안 일부 조항 수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로 공개한 개헌안 제25조, 제35조 제2항, 부칙 제1조 제1항의 세가지 수정 사항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던 내용이다.

청와대는 국회 발의 전까지 토지공개념 관련 조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 수정은 대통령 재가가 필요한 중대 사안이다. 지난달 25일 수정 당시에도 청와대는 “법제처의 심사의견은 아부다비 현지의 대통령께 보고되었으며, 대통령은 조항의 수정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법제처가 3월 25일 청와대로 보낸 개헌안 심사결과에 제128조 제2항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법제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공개한 세가지 부분 외에도 (개헌안 초안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심사결과를 전했고, 이 내용들은 국회에 발의한 개헌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제처에서 심사의견을 받아서 조문의 내용이 변경된 것을 브리핑했다”며 “(브리핑한 세가지 수정사항은) 조문의 내용이 변경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봐서 브리핑했고, 단순한 자구 수정과 표현의 변경에 대해서는 생략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 공개념 관련 ‘법률로써’ (추가) 문제도 표현을 명확히 했을 뿐이라는 판단으로 구태여 브리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며 “일부러 숨기려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야권은 22일자 법제처 심사요청안이 공개된 직후부터 토지공개념이 포함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3월 22일 논평에서 “토지공개념을 주장할 때는 소름 돋는 사회주의로의 변혁을 꿈꾸는 좌파들의 야욕이 드러났다”고 말했고, 이튿날인 3월 23일에는 같은당 홍준표 대표가 “사회주의로 체제변경 시도”라고 가세했다.

이같은 사실은 11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나경원 한국당 의원과 유시민 전 의원 등이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토론자인 장영수 고려대 교수가 “대통령 개헌안에 있는 토지 공개념(제128조 제2항)에는 ‘법률에 따른다’는 말이 없다.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하고 끝났다"라고 하자, 유 전 의원은 “왜 없냐. 법률로써 제한한다고 돼 있는데”라고 반박했다.

이에 나 의원이 “제가 받은 자료에는 그런 문장이 없다. 어디서 났냐”라고 가세했지만, 유 전 의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받은) PDF 파일로 출력했다"라고 답했다.

결국 나 의원 등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개헌안이 아닌 청와대가 3월 22일에 공개한 개헌안을 갖고 이날 토론에 나섰던 셈이다.

나 의원은 이와 관련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 개헌안이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토지공개념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 제128조 제2항.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발표 내용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제출안을 비교해보면, '법률로써' 문구가 없다가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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