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롭게 태어날 광화문광장은 도로 개편과 함께 세종대로부터 서울역까지 남쪽으로 지하 보행길을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광장을 조성하고 도로 체계를 개편하면 북쪽으로도 경복궁·서촌까지 막힘 없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북쪽 경복궁·서촌과 남쪽 숭례문·서울역까지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는 2016년 9월부터 자문 기구인 '광화문포럼'을 구성해 광화문광장 재구성 방안을 논의해왔다. 광화문포럼은 "광화문광장 주변의 지상 차도를 모두 지하화하고 광장 전체를 보행 공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도로 지하화는 적어도 5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공사 기간도 길게는 수십 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규모 지하 개발로 인한 역사성 훼손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새 광장은 오는 8월 설계 공모를 통해 구체적인 설계안을 확정한다.

이날 계획안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일대는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새 광화문광장은 차량 중심 공간에서 다양한 시민 활동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거듭나 국민이 주인인 광화문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역사광장 조성… 월대·해태상 원위치

광화문광장 북쪽의 사직로·율곡로에 조성될 역사광장(4만4700㎡)에는 조선시대 육조 거리를 되살릴 계획이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월대(月臺·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를 복원하고, 월대 앞을 지켰던 해태상도 원래 위치로 옮긴다. 광장에는 수문장 교대식 등 역사를 재현한 행사를 연다. 월대는 궁중의 각종 의식에 이용되는 넓은 단으로 근정전을 비롯한 궁궐 전각, 종묘 등에서 볼 수 있다. 광화문 앞 월대는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였고 좌우엔 돌로 만든 난간이 있었다. 1916년 무렵 촬영한 사진에서도 볼 수 있었으나 이후 자취를 감췄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일제가 광화문 뒤에 조선총독부 건물(1926년 완공)을 세우는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 바로 앞에 있는 해태상은 월대의 서남쪽에 있었다.

◇차로 줄어 도심 차량 정체 우려도

광장이 넓어지면서 차로는 줄어든다. 광화문 앞 사직로 자리에 역사광장이 들어서면 광화문과 정부 종합청사 사이에 있는 10차로는 없어진다. 시는 세종대로와 사직로·율곡로를 축소하는 대신 정부 서울청사 뒤편의 새문안로5길로 우회시킬 방침이다. 과거 450m 직선으로 이어졌던 사직로·율곡로 구간이 900m의 우회길로 바뀌는 것이다.

'T'자였던 세종로와 사직로·율곡로가 'ㄷ'자형이 되면 차량 정체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골목골목 꺾어 들어가는 구간이 많은 데다 차로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우회로로 돌아가도 차량 속도는 평균 시속 1km 정도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시는 광화문 일대를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해 차로를 줄이고 있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전체 통행량이 줄면서 교통 흐름이 오히려 원활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차량 통행을 더 줄이고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기 위해 광화문에 GTX 역사(驛舍)를 신설하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차로만 줄어들고 통행량은 크게 줄지 않아 정체가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우회로 구간을 6차로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새문안로5길은 현재 2개 차로뿐인 데다 도로 양옆 인도 폭이 합쳐서 10m 정도라 도로 확장 여력이 부족하다. 시 관계자는 "정부 청사 주차장을 축소하고 인도를 최소로 축소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차로를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