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정보 보호 눈 감은 페이스북

입력 2018.04.11 03:14

신동흔 문화1부 차장
신동흔 문화1부 차장
국내 8만6000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 가운데 870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페이스북 이용을 끊겠다는 선언이 잇따를 법도 한데 그런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10년 전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 애플이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호들갑 떨던 일이 무색하다.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 없이 살기 힘들게 됐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은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다. 길 찾기 앱을 이용하는 대신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기꺼이 제공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취향도 열심히 갖다 바친다. 이것이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특정 지역 방문자 연령, 소득수준, 성별(性別) 같은 형태로 가공돼 기업에 팔린다.

소셜 미디어는 이를 이용한 광고로 부(富)를 쌓고 있다. 페이스북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광고 매출액만 지난해 43조원(399억달러)에 달했다. 이번 페이스북 정보 유출의 통로가 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도 선거 광고 전문 업체다.

이런 기업을 요즘 '플랫폼'이라 부른다. 플랫폼은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지 않는다. 유튜브엔 1분마다 300시간 분량의 비디오가 올라오고, 전 세계 10억명이 매일 40억 편을 보지만, 스스로 동영상을 만들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접하지만 페이스북은 뉴스를 생산하지 않는다.

플랫폼 이전에는 기업마다 유통망을 확보해야 했다. 직접 물건을 만들고, 공급 라인을 깔았다. 고객 정보도 사은품을 제공하거나 구독 엽서를 통해 일일이 수집했다. 중·장년 이상이라면 과거 책이나 잡지 뒤에 붙어 있던 독자 엽서를 기억할 것이다.

반면 요즘은 거의 모든 소비자 정보가 플랫폼 기업에 넘어가 버렸다. 이 정보는 물론 우리 스스로 제공한 것이다. 페이스북·유튜브에 열심히 글과 영상을 올리는 소비자들을 '꿀벌', 플랫폼 기업을 '양봉업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번에 드러난 바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꿀)를 모아 파는 데만 관심 있었지, 꿀벌들의 정보 보호에는 무심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정보 유출 사태를 겪고서도 한참이 지나 미국 의회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각)에야 잘못을 시인했다. 5년 전 3000만달러(약 320억원)를 들여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 자기 저택 주변 집 네 채를 모두 사들일 정도로 자기 사생활 보호에 끔찍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우리나라 페이스북·구글 이용자들 개인 정보도 태평양 건너 어딘가 서버에 비트로 쪼개져 처박혀 있을 것이다. 누구도 '내 정보'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안 이상 정보 포기 각서나 마찬가지인 서비스 가입 약관을 고쳐서라도, 이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이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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