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백악관 첫날부터 ‘전쟁’ 논의…시리아·이란·북한 현안 줄줄이

입력 2018.04.10 11:56 | 수정 2018.04.10 14:21

외교·안보 초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취임 첫날부터 백악관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9일(현지 시각) 내각회의와 그 후 이어진 군 수뇌부, 안보 보좌관들과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 행동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볼턴을 백악관 안보 사령탑인 NSC 보좌관으로 임명한 후 ‘전시(戰時) 내각’을 꾸렸다는 평이 과장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시리아에 군사 행동을 고려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또다시 민간인에 화학무기 공격을 한 시리아 정부군에 보복 공격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뒤쪽에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군 수뇌부, 안보 보좌관들과 별도 회의를 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미국은 시리아에 대해 군사적으로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조기 철군하겠다고 밝힌 지난주와 달리, 군 수뇌부 앞에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4월 9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 뒤편에 앉은 사람이 이날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트위터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이란·이라크에 군사 행동을 주장한 초강경 매파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결정을 주도했다. 볼턴을 이야기할 땐 ‘전쟁’이란 단어가 꼭 따라나온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강경 노선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이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본다. 이들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볼턴은 2015년 이란과 맺은 핵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볼턴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도 주장해 왔다. 워싱턴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중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볼턴이 시리아·러시아·이란에 어느 정도의 보복 조치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시리아, 이란 문제와 함께 북한 핵 위협, 중국과의 무역·군사 갈등을 트럼프 행정부가 다뤄야 할 가장 시급한 해외 현안으로 꼽는다. 특히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전후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4월 9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했다. /트럼프 트위터
볼턴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가 시간 벌기용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완성하기 전까지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는 게 볼턴의 시각이다. 볼턴은 북한이 먼저 즉각적이고 완전한 핵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단계적 조치를 말한 북한의 입장과 갈린다. 볼턴은 NSC 보좌관 임명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이후 군사 행동이 미국의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책연구소 윌슨센터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은 이란 핵 협정 폐기 문제에선 생각이 같지만, 대북 정책에선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볼턴은 기본적으로 군사 옵션을 지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협상을 더 선호할 것으로 봤다.

최종 결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미·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도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폼페이오는 물밑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현재 회담 준비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김정은과 5월이나 6월 초에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했을 당시 5월 말까지 만나겠다고 발표한 것보다 회담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는 “북한 비핵화에 관해 협상이 타결되길 바란다”며 “북한도 그렇게 (비핵화를) 말했고 우리도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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