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硏 38노스, 북핵의 24시간 감시자였다

입력 2018.04.10 03:13

[한미硏 연구 부실 지적 있지만 대북 분석력 등 재평가 필요]

8년 동안 북한 위성사진 분석, 2016년 5차 핵실험 예견하기도
1년간 국내 기사에 2800건 인용… 美대표 싱크탱크보다 2배 많아
前국무부 인사 등 기고자 164명… 폭넓은 워싱턴 인맥도 큰 자산

청와대는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과 관련해 USKI의 부실한 연구 성과를 거론하며 "10년 넘게 쌓인 개혁 대상"이라고 했다. USKI 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연구보고서와 특별보고서가 50여건에 그쳐 연구소 규모에 비해 적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싱크탱크 성격과 성과 규정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USKI 산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활동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38노스는 북한 위성사진 실시간 분석으로 잘 알려졌지만, 지금은 워싱턴 한국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만드는 일종의 북한 종합 포털로 변모했다. 북한의 권력 구조·경제·인권·역사 등을 망라하는 분야에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올라온 기고와 위성 분석 등만 1100건이 넘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하루에 2~3건씩 전문적인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하다.

한미연구소와 38노스 간부와 주요 기고가
특히 38노스가 지난 2012년부터 북한 위성사진을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은 존스홉킨스대의 후광으로 상업용 위성을 싸게 이용할 수 있었고, 위성 판독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USKI 관계자는 "당시 어느 싱크탱크도 엄두를 못 냈던 사업"이라며 "대학이 아닌 싱크탱크나 기업이 했다면 몇 배의 비용이 더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38노스는 2016년엔 위성사진 판독으로 5차 핵실험을 예견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38노스 홈페이지의 '기고자(authors)' 명단엔 164명이 들어가 있다. 그중엔 조셉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특사,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연구원 등 대표적 대화파뿐 아니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위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생어 뉴욕타임스 기자 등 미국 내 각계각층 전문가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중 활발히 기고하는 사람은 약 20명, 나머지는 기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38노스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구글에서 38노스를 검색할 경우 검색되는 기사만 2만6000건이 넘는다. 네이버에서도 최근 1년간 검색된 기사만 2800여건으로 같은 기간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1200여건)나 헤리티지재단(1600여건)보다 많다. 그만큼 워싱턴에서 한국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USKI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으로 38노스가 폐쇄되거나, 활동이 축소되면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38노스가 하는 일에 찬반이 갈릴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워싱턴에 없다"며 "38노스가 있는데 USKI의 연구 성과가 없다고 하는 청와대 주장은 워싱턴에선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미국 싱크탱크의 또 다른 기능은 '네트워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USKI를 만든 이유도 한·미 관계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제관계학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존스홉킨스대의 후광을 받아 USKI는 빠른 속도로 친한파의 집결 장소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1~2주마다 한 번씩 '워싱턴 리뷰'란 소식지를 25회 발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USKI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했다. 지난해 2월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 핵심 참모이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문 후보의 외교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아 강연한 곳이 USKI였다. 김 교수는 당시 학계와 싱크탱크, 미 행정부 인사들 앞에서 "문 후보는 안보관이 투철하고 한·미 동맹의 강한 신봉자"라고 했다. 당시 사드 배치 번복 문제 등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김 교수는 "사드 배치 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어 검토를 하겠다는 것일 뿐, 이것이 거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을 안심시켰다.

워싱턴의 한 한국 전문가는 "USKI가 워싱턴에 오랜 기반이 있었으니 한국 정치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이벤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학계와 전문가에 대한 '공공 외교'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한국 전문가들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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