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자전거길, 택시·오토바이 불쑥불쑥 '난장판'

입력 2018.04.10 03:01

광화문~종로6가 2.6㎞ 달려보니… 택시는 승강장 5곳서만 승하차
30초마다 끼어드는 택시·오토바이… "아찔해서 못타겠다"

택시 기사·자전거 동호회 반대로 2.6㎞ 구간에 분리대 아직 없어
자전거路 폭도 1~1.5m로 좁아… 日은 자전거 주변 1m내 접근 금지
네덜란드·英·獨 등 선진국선 자전거 전용 신호등까지 달아

서울 종로에 자전거 전용차로가 지난 8일 개통했다. 광화문우체국에서 종로 6가 동대문종합상가까지 이어지는 편도 차로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로 갓길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 전용 길이다. 자전거만 다녀야 하고, 오토바이나 택시는 침범할 수 없다.

그러나 개통 이틀째인 9일 기자가 달려본 종로 자전거 차로는 불법으로 끼어든 오토바이와 택시의 무법 지대였다. 종로 자전거 차로는 총 길이 2.6㎞다. 이 구간에는 택시 승강장이 5곳 있다. 택시는 승강장에서만 승객을 태우거나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택시들은 자전거 전용차로를 택시 전용차로처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약 20분간 달리는 동안 30초에 한 번꼴로 택시나 오토바이 때문에 급정거하는 아찔한 순간을 만났다.

서울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 개통 이틀째인 9일 서린동 인근에서 전용차로로 달리던 자전거 운전자가 불법 침범한 택시와 오토바이에 막혀 정차해 있다. 이날 기자가 달려본 전용차로는 30초마다 한 번씩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위험한 도로였다.
서울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 개통 이틀째인 9일 서린동 인근에서 전용차로로 달리던 자전거 운전자가 불법 침범한 택시와 오토바이에 막혀 정차해 있다. 이날 기자가 달려본 전용차로는 30초마다 한 번씩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위험한 도로였다. /김지호 기자

종로 전용차로는 폭 1~1.5m로 좁다. 서울시가 모델로 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 비하면 절반 정도 너비다. 이 좁은 길에서 최고 시속 50㎞로 주행하는 승용차와 나란히 달린다. 두 차로 사이에는 분리대가 없다. 자전거를 타고 광화문우체국 앞을 출발한 지 약 3분 후, 택시 두 대가 기자의 자전거 앞뒤를 막았다. 길가 손님을 태우려고 자전거 차로를 불법 침범한 것이다. 두 택시에 샌드위치가 된 사이 뒤따라 오던 자전거 운전자는 택시를 피해 급정거하려다 순간 고함을 질렀다.

종각지하쇼핑센터 옆 자전거 전용차로에선 우편집배원 오토바이 2대가 쌩하고 자전거 옆을 지나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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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차로 개통 이틀째인 9일 서울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를 불법 침범한 오토바이 세 대가 질주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차가 다소 막힌다 싶으면 어김없이 오토바이 2~3대가 찻길을 비집고 자전거 차로로 몰려들었다. 찻길에서 택시 하차 승객이 오른쪽 문을 벌컥 열어젖혀 자전거를 급정거해야 했다.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선 트럭 한 대가 전용차로에 아예 주차를 해두고 수분간 인근 가게로 상자를 날랐다. 도로 곳곳에 '전용차로 위반 시 과태료 오토바이 4만원, 승용차 5만원, 승합차 6만원' 입간판이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계도 기간이고 7월부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서울 자전거 도로는 총 888.7㎞다. 이 중 6.2%인 54.7㎞가 자전거 전용차로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여의도~광화문~동대문~강남을 잇는 자전거 도로망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시내 자전거 전용차로의 현황이나 안전시설 설치 여부에 대해서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워 시에서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데에만 치중할 뿐, 시민 안전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밤이 되면 더 무서워지는 자전거 차로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는 바닥 색을 벽돌색으로 칠해 구분한다. 9일 현재 따로 분리대가 설치돼 있지 않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와 자전거 동호인들이 분리대가 있으면 시야가 좁아져 운전하기 힘들어진다며 설치에 반대했다"고 했다. "손님을 태우고 내리기 어려워진다"며 분리대를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의 민원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용차로를 이용해본 시민들은 "무서워서 타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오전 11시 10분쯤 자전거를 타고 종로2가 사거리를 지나던 김기철(49)씨는 "신호 대기 중인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뒤따라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는 밤에 더 위험했다. 낮에 오토바이와 택시가 점령했던 자전거길을 버스가 차지했다. 종각지하쇼핑센터 12번 출구 인근 전용차로에선 버스가 자전거 차로를 침범해 달렸다. 오후 9시가 넘어가자 택시를 잡으려는 취객들이 전용차로를 차지했다. 비틀거리는 취객 사이로 다니던 한 자전거 운전자는 할 수 없이 인도로 올라갔다.

전용차로를 구분하는 LED 등이 일부 구간에 설치돼 있지 않아 자전거길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기자가 달려보니 종각역 10m 구간, 종로3가역 40m 구간, 세운상가 앞 160m 구간은 등이 없어 마치 길이 끊긴 듯했다. 일부 구간 LED 등은 아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시, 전용차로 현황도 파악 안해

앞으로 안전 대책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붉은색인 자전거 전용차로 바닥 색을 하늘색으로 바꿔서 쉽게 구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안전요원 20~40명을 전용차로 인근에 배치하고, 전 구간에 CCTV를 많이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전용 신호등 네덜란드의 자전거 전용 차로. 자전거 전용 신호등이 자동차 신호 체계와 연결돼 있어 자전거와 차량이 섞이지 않게 한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전용 신호등 네덜란드의 자전거 전용 차로. 자전거 전용 신호등이 자동차 신호 체계와 연결돼 있어 자전거와 차량이 섞이지 않게 한다. /도로교통공단

자전거 도로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안전을 확보한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도로교통법으로 자전거 운전자 주변 1m 이내 접근을 금지한다.

자전거 천국으로 통하는 네덜란드나 영국·독일 등에선 자전거 전용 신호등을 단다. 건널목과 사거리마다 설치된 이 신호등은 자동차 신호 체계와 연계돼 자전거와 차량이 섞이지 않게 한다.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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