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김문수·안철수의 용단

조선일보
  • 김대중 고문
    입력 2018.04.10 03:17

    現 정부의 좌파 일변도 노선에 '인증 도장' 받으려는 것이 오는 6월 지방 선거
    野圈, 지리멸렬한 분열 끝내고 후보 단일화 용단 내려야 승산 생기고 再起 기회도 온다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부가 가는 길은 분명해지고 있다. 그들의 대북 노선, 대미·대중국 정책, 기업과 노동 정책, 인사 정책 등을 보면 좌파 일변도의 길로 가고 있다. 그들에 대한 충고와 조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판에 철저히 귀 닫고 있다. 속된 말로 '너희는 짖어라.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식이다. 한미연(硏) 사건에서 보듯 요즘 와서는 비판에 재갈 물리고 불이익을 주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문(文) 정권도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되겠지 한 사람들은 순진했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일개 정권이 그 정체(政體)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반신반의했던 사람들은 비로소 문 정권의 지향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이 단순히 정권을 교체한 것이 아니라 나라 자체를 교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적어도 우파 보수층은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보수층은 집권 세력에게 무엇을 주문하고 요구하고 비판하는 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팀의 남북 단일화 때 젊은 층이 반발했던 것에 희희낙락하고, 일부 언론의 비판 기사에, 또 태극기 집회의 활성화에 손뼉을 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보수·우파층의 반발이 산발적이고 즉흥적인 데 비해 저들은 너무도 '확신'에 차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했다.

    이 정권이 자기들의 좌파 노선에 국민의 인증 도장을 받으려는 것이 오는 6월 13일 지방자치선거다. 이 선거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문 정권에 대한 최초의 국민적 의사 표시이며 중간 평가가 될 것이다. 현 집권층이 이기면 좌편향 노선은 일직선으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친북한 노선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는 이미 일부 극좌 시위가 보여줬듯이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파기의 순(順)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우려된다. 6·13 선거는 집권 세력과 야당의 싸움이 아니라 나라의 노선을 좌우하는 결전 마당이 된다.

    이런 막중한 상황에 대한 야당의 인식은 한심하다 못해 황당하다. 그들에게 6·13은 그냥 여·야 싸움이고, 당내의 친(親)아무개끼리의 싸움이고, 야당끼리의 싸움이다. 자유한국당은 당내 고질적 주류·비주류 싸움이 기승하는 가운데 대통령과 여당을 문자로 공격하는 'SNS 놀이'에 몰두해 있다. 어떻게 무엇으로 좌파의 쇄도를 막을지에 관한 전략과 의지와 철학은 읽을 수 없다. 야당의 지도자들에게 정녕 이 나라가 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지한 인식과 성찰이 있다면 '박근혜'를 넘어 서로 만나고 토론하고 협의해야 한다. 제각각 후보를 냄으로써 서로 망하고 결국은 집권층 도와주는 '좌파 공조 세력'으로 전락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결국 야당은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한 가지 길은 있다. 후보 차원에서 단일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한국당 김문수씨, 바른당 안철수씨가 단일화하는 문제다. 그들 중 어느 한 후보가 선두를 달린다면 별문제지만 두 사람이 각기 2·3등에 머무는 상황이라면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사퇴함으로써 표를 몰아주는 것이다. 후보 차원의 이런 결단이 교육감 선거를 포함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전국 선거판으로 확대된다면 선거 결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야권의 지리멸렬에 포기 상태에 있는 보수층을 투표소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당도 당이지만 각 후보의 후원 세력과 지지 모임 자체가 중구난방이다. 경쟁 후보들의 사퇴만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변의 아집은 후보들의 단일화 의지마저 꺾는 걸림돌일 수 있다.

    그래서 김문수, 안철수 두 큰 정치인의 수범이 절실히 요구된다. 당 차원에서 논의하기 어렵고 후보 지지·후원 세력의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두 후보가 스스로 단일화의 용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두 후보가 추종해온 자유와 민주, 국방과 안보, 자유경제의 정신이 훼손되고 집권 세력의 좌파 독재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두 당의 노선과 정책 차이는 왜소할 뿐이다. 두 후보가 합치면 이길 수 있었던 게임에서 지고 만다면 그들의 정치 생명도 거기서 끝이다. 그러나 용단을 내리면 다음 재기의 기회가 있다. 두 사람의 선택은 6·13 선거의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며 전국적으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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