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치매 유병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환자 수도 처음 7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이 고령사회(노인 인구 비율 14%)에 접어들면서 치매와의 전쟁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특히 85세 이상 고령자는 2.2명 중 한 명이 치매 환자였다. 현재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고령화 속도와 수명 연장 등을 감안하면 고령 치매 환자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75세, 85세 기점으로 급증
8일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7년 치매 환자는 전체 노인 706만명 중 72만4857명(10.2%)으로 집계됐다. 치매 유병률〈그래프〉이 2012년 9.2%, 2014년 9.6%, 2016년 9.9%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은 것이다. 치매 환자도 2012년 54만명에서 2015년 64만명, 2016년 68만여 명에 이어 지난해 처음 70만명을 넘었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 수가 2175만가구이므로 전국적으로 30가구 중 한 명꼴로 치매 환자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치매 환자가 2024년엔 100만명을 넘고, 2030년 129만명, 2040년 203만명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 유병률은 75세와 8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65~69세(2.2%)와 70~74세(2.7%)는 낮았으나, 75~79세는9.9%, 80~84세는 19.6%, 85세를 넘기면 45.1%로 뛰었다. 75세부터는 5세를 주기로 유병률이 두 배 이상씩 높아진 셈이다.
시·도별로는 제주도(12.1%)가 치매 유병률이 가장 높았고 전남(11.9%), 충남(11.9%), 경북(11.5%), 전북(11.3%) 순이었다. 대도시 지역은 대체적으로 낮아 서울(9%), 부산(9.1%) 순이었고, 울산(8%)이 가장 낮았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치매 유병률이 높은 지역은 7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며 "베이비부머들이 노인 세대로 점차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가 매년 4만여 명씩 늘어나지만, 이들이 75세로 진입하는 2030년부터는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치매 환자 수가 매년 5만~9만명씩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
치매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진료·간병비 등도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치매 진료비, 간병·교통비 등을 모두 합한 총비용은 작년 14조7396억원으로 2015년(13조2000억원)에 비해 2년 새 1조5000억원 늘었다. 치매 환자 1인당 총비용도 2010년 1851만원에서 2015년 2033만원으로 높아졌고, 2020년 2234만원, 2030년 2697만원, 2040년 3255만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총비용은 오는 2020년엔 18조원, 2030년 34조원, 2040년 64조원으로 급증해 가정과 국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치매 환자의 조기 진단과 사후 관리를 위해 올해 전국 보건소마다 '치매안심센터'를 만들어 상담과 조기 검진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를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식으로 치매 발병을 2년 늦추면 20년 후에는 치매 유병률을 당초 예상치의 80%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치매 진행을 늦출수록 치매 관리 비용과 치매 환자 돌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