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흔든 '교육부 차관의 전화' 미스터리

입력 2018.04.07 03:02

"전형계획 갑자기 고치라고 전화… 靑 주문 아니고선 설명 불가능"
지방선거 앞두고 지시 관측도

靑 "정시확대 지침 준 적 없다… 학종비율 높아져 우려는 전해"
교육부 "자체 판단으로 요청한 것"

교육부의 '전화 정시 확대 요구'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교육부 차관이 왜 다급하게 전화로 주요 대학에 그런 주문을 했는지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 김상곤(왼쪽) 장관과 박춘란(오른쪽) 차관이 지난달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교육부 김상곤(왼쪽) 장관과 박춘란(오른쪽) 차관이 지난달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교육계에선 "대학 입시의 민감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부가 자발적으로 일을 그렇게 처리했을 리가 없다. 청와대 지시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지만, 청와대는 "(정시를 확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적은 없다"고 개입을 부인했다.

◇교육부, "자체 판단"이라지만…

교육부는 대학들이 3월 30일까지 제출할 2020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을 미리 파악해본 결과, 지나치게 정시 비율을 낮춘 곳이 있어서 선별적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깜깜이'인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줄이고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을 늘리라"는 주장이 만만찮은 가운데, 정시가 더 줄어들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체 판단으로 정시 확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상곤 패싱'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며 "'전화'라는 방법까지는 아니지만, 장관도 액션을 취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에 대해 교육부 직원들조차 "대입 정책을 두루 다뤄본 차관이 '정시 확대'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을 때 어떤 파장이 있을지 예상 못 했을 리 없다"면서 "윗선의 '분명한 신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국장급 인사도 "대학들에 다 만들어놓은 전형 계획을 갑자기 고치라고 전화하는 것은 '청와대 주문'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학종 폐지' 국민 청원이 빗발치고, 시민단체가 집회를 여는 등 학종 반대 여론이 커지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부에 조치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대입 등 교육 문제에 정통한 사람이 없어서 여론을 보고 정치적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학종에 대한 우려는 전해"

하지만 청와대는 교육부에 학종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전했지만 구체적인 지시는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일 본지 통화에서 "대입 전형에서 학종 비율이 너무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어서 (교육부와) 이에 대한 대화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청와대가 교육부에 (정시를 확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수시 전형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교육부와 청와대가 공유하고 있었지만, 2020학년도부터 정시를 확대해달라고 대학에 요청할 것을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도 "대학에 전화를 돌린 것은 우리 자체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6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상곤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교육부가 대입과 관련해 수시·정시 비율, 전형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대학에)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고, 김 장관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최근 상황에 대해 당에서 당정 소통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김 장관도 이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소통을 늘려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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