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박근혜 징역 24년' 보고 어떤 생각 했나

      입력 : 2018.04.07 03:10

      박근혜 전 대통령이 6일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뇌물수수와 강요 등 박 전 대통령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판결 내용은 이미 예상됐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 제대로 나오지 않고 총리, 비서실장, 장관, 수석들과 만나지도 않으면서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할 수 있게 한 것은 어쩌면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 지은 가장 큰 죄일지 모른다.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오기와 아집으로 덮으려 했다. 국민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드러날 때마다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의 심판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2심이 열린다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느냐는 것이다. 역대 실질적 대통령 중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9명 전원이 하야, 탄핵, 피살, 자살, 투옥, 친인척 비리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람'의 문제라고만 할 수가 없다. 미국식 대통령제가 한국 특유의 정치 문화와 잘못 결합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낳았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제왕으로 군림하지만 물러나는 순간 벼랑으로 떨어진다.

      역대 대통령 비극의 중심에는 검찰이 있다. 검찰은 대통령 재직 중엔 그의 충견(忠犬)이 돼 신임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절대적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대통령이 퇴임하면 새 대통령을 위해 전 대통령을 물어뜯는다. 노무현·이명박의 악연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의 주범은 사실상 '검찰'이다. 검찰은 이번엔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까지 더해져 너무나 무리하게 적폐 수사를 벌였다. 기업인들 외에 검찰·특검이 기소한 전(前) 정권 공무원과 박 전 대통령·최씨 주변 인사가 40명에 가깝다. 장·차관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수석·비서관·행정관까지 일망타진하듯 사법처리됐다. 1심에서 선고된 실형 형량을 합하면 110년 가깝다. 한 정권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주변 인물들을 이처럼 싹쓸이식으로 수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조선시대 사화(士禍)가 떠오른다는 국민이 적지 않을 지경이다.

      이날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징역 24년' 선고에 대해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나라 전체로도 한 인생으로도 가슴 아픈 일이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실천하려면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 조직의 인사권을 버리는 개헌을 해야 한다. 그럴 의지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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