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에 "아리수만 마셔라"

    입력 : 2018.04.05 03:01

    시청·구청·산하기관 생수 금지령… "물까지 간섭하나, 어이없다" 반발

    "앞으로 서울시와 시 산하기관, 각 구청 공무원은 아리수만 마셔라."

    서울시가 시청과 25개 구청, 424곳 동주민센터, 시 산하기관에 4일 '생수 반입 금지령'을 내렸다. 시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시청, 시 투자·출연기관, 자치구 팀장·과장 120명을 불러 시가 공급하는 수돗물인 아리수만 마시도록 강제하는 '공무원 아리수 음용 확대 방침' 설명회를 열었다.

    시가 내놓은 방침은 각 청사에 설치된 정수기를 전부 철거하고, 생수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공무원이 사비(私費)로 구입한 정수기도 없애야 한다. 입점한 매점에도 협조를 요청해 생수 판매를 막을 계획이다. 이 내용은 설명회 당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번 방침을 강제할 수 있도록 상반기에 관련 내용을 시 조례로 제정할 것"이라고 했다.

    방침을 전달받은 각 구청과 산하기관에서는 "황당한 지침"이란 반응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시가 마시는 물까지 간섭하려 든다'며 어이없어한다"고 했다. 한 구청은 아리수 음수대가 없는데도 생수 반입을 금지해 직원들이 물을 아예 못 마실 상황이다.

    이번 '아리수 강제 음용 방침'은 최근 '시청 공무원들조차 아리수를 안 마신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아리수 음수대가 있는데도 공무원들이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사서 마신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방침이 혈세 낭비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수기와 생수가 금지되면 기관마다 아리수 음수대를 새로 들여야 한다. 대당 설치비가 80만~100만원이나 된다. 총예산 18억원을 들여 2000여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이미 설치된 정수기를 철거하는 것도 낭비라는 지적이다. 시는 매년 아리수 생산과 시설 유지·관리에 7900억원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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