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옷핀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겠네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입력 2018.04.05 03:01

    옷핀서 영감 받은 목걸이·팔찌… 최근 고급 주얼리 디자인서 인기

    에르메스 샹 당크르 펑크 컬렉션에서 선보인 팔찌. 옷핀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에르메스 샹 당크르 펑크 컬렉션에서 선보인 팔찌. 옷핀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에르메스
    패션계는 요즘 '옷핀 전성시대'다.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매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옷핀 스타일 장신구를 선보이며 도전적인 '펑크 룩(punk look)' 인기에 불을 지폈다. 고가(高價)의 주얼리 디자인에도 응용됐다.

    오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3층에서 열리는 '샹 당크르(Chaine d'Ancre) 펑크' 전시회에선 1970년대 반항적인 젊은이의 상징이었던 옷핀에서 영감을 받은 목걸이·팔찌 등을 선보이고 있다. 디자이너 피에르 아르디는 에르메스 4대손인 로베르 뒤마가 1938년 배의 닻(ancre)에서 모티브를 딴 주얼리 '샹 당크르' 컬렉션을 재해석해 좀 더 도발적인 디자인을 연출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게 패션계 법칙이라지만 옷핀의 신분 상승은 최근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가 1994년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시사회 레드카펫에서 입은 베르사체의 '핀 드레스'를 떠올려보자. 몸 선을 따라 흐르는 듯 옷감의 가슴부터 허리, 발끝까지 과감한 트임을 낸 뒤 옷핀으로 아슬아슬하게 이었다. 이후 팝가수 레이디 가가, 모델 미란다 커, 배우 제니퍼 로렌스 등이 재봉틀 대신 옷핀으로 옷감을 엮은 듯한 의상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옷핀을 영어로 하면 세이프티 핀(safety pin). 뜯어지거나 구멍 났을 때 재빨리 여미는 '안전 도구'가 이젠 패션 아이템이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옷핀을 꽂는 것은 패션을 넘어 전쟁, 전염병, 경제 불안 등 불안한 시대에 진정한 안전을 외치는 상징이자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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