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1㎥ 당 극미세먼지 32억개… 문제는 농도가 아니라 알갱이 숫자다

입력 2018.04.05 03:13

[한삼희 수석 논설위원이 만난 임영욱 연세대 의대 교수]

입자 작을수록 인체에 위험한데 무게로만 미세먼지 농도 측정해
미세 입자 숫자는 파악 어려워…
초미세먼지와 같은 무게일 경우 극미세먼지 개수 200만 배 많아
유럽은 車 배출 먼지 개수 규제, 1㎞당 6000억개 이하로 제한

한삼희 수석 논설위원
한삼희 수석 논설위원

미세 먼지 오염이 극심해 비상조치가 발령됐던 지난 3월 25일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99㎍/㎥였다. 공기 1㎥에 들어 있는 초미세 먼지(입자 직경 2.5㎛ 미만 먼지·㎛=1000분의 1㎜)의 중량 합계가 99㎍(마이크로그램)이라는 뜻이다. ㎍은 1g의 100만분의 1을 의미하는 단위다.

먼지 입자들 크기가 작을수록 건강에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허파의 말단 폐포까지 침투할 수 있고, 거기서 미세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미세먼지의 진짜 위해도(危害度)는 중량(무게)이 아니라 개수를 측정해야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극도로 작은 먼지 입자들은 중량을 합해봐야 수치가 아주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개수로는 엄청나게 많다. 사람 건강에 진짜 중요한 건 이 극미의 작은 먼지들이 공기 중에 몇 개나 있느냐는 것이다. 관련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 2일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를 찾아가 봤다.

첨단 기계로 실내공기 직접 재보니

서울 초미세먼지 연평균 추이 그래프

임 교수 실험실에서 휴대용 분광기로 공기 중 작은 먼지들의 입자 개수를 측정해봤다. 작은 여행용 가방 크기의 측정기는 독일 그림(Grim)사 제품으로 임 교수팀은 작년에 5000만원 정도에 구입했다고 한다. 빛과 전하(電荷)를 투과시킬 때 생기는 먼지의 그림자를 읽어내는 원리다. 곧바로 분광기에 연결돼 있는 컴퓨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먼지 개수 농도가 나타났다. 11시 19분에 측정한 수치가 ㎤당 3182개였다. 공기 1㎥당 값으로 환산하면 31억8200만개다. 1분 간격으로 측정값이 나왔는데 11시 24분 수치는 3102개/㎤였다. 외국 자료들을 보면 도로변에선 보통 ㎥당 수백억개씩 나온다.

국민 다수가 현재의 미세 먼지 오염이 최악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측정값을 보면 서서히 개선돼 왔다. 필자가 3월 24일자 '실은, 미세 먼지 많이 좋아졌다'는 환경칼럼에서 공개한 1986년 서울의 초미세 먼지(PM2.5) 중량농도 평균값(109㎍/㎥)은 작년(25㎍/㎥)의 4배를 넘었다〈그래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과학적 측정에서 나온 값이다. 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도로변은 ㎥당 수백억개씩 나와

"미세 먼지(PM10), 초미세 먼지(PM2.5)도 있지만 더 위험한 것은 극미세 먼지(PM0.1), 나노 먼지(PM0.05)이다. 2㎛짜리 초미세 먼지와 직경이 그것의 100분의 1인 0.02㎛짜리 나노 먼지가 있고, 두 종류 먼지의 중량 합계가 10㎍/㎥로 같다고 치자. 이것들의 중량농도는 같더라도 개수로 보면 0.02㎛ 극미세 먼지는 공기 1㎥당 2.4조개, 2㎛짜리 초미세 먼지는 120만개가 된다. 200만 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표면적 합계를 따지면 125배 정도 된다. 표면적이 커질수록 표면에 달라붙는 오염 가스와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많아진다.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 먼지 무게의 합계만 갖고 유해성을 따지는 현재의 중량농도는 한계가 있다."

최신차 엔진일수록 잔 먼지 배출

자동차 배출물질 입자 중량, 개수 농도 분포도

한국기계연구원 정용일 박사도 중량농도보다는 개수농도를 봐야 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다. 극도로 크기가 작은 극미세 먼지, 나노 먼지 등은 디젤차, 공장 보일러, 발전소 등에서 연료를 태울 때 주로 발생한다. 가스 형태로 배출된 것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입자로 변할 때도 아주 미세한 입자들을 형성하게 된다. 디젤차에서 나오는 탄소 알갱이들은 뭉쳐서 눈에 보이는 검댕이 된다. 그런 커다란 검댕은 DPF라는 매연저감장치로 대개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오염 알갱이들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디젤차 배출물질의 분포를 그린 그래프를 보면 중량농도로는 0.1~1㎛의 초미세 먼지 비중이 높지만 개수로는 0.01㎛ 안팎의 나노 수준 먼지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그림〉.

명지대 임인권 교수(기계공학)는 초고압 분사 방식의 첨단 자동차 엔진일수록 극미세 먼지, 나노 먼지 위주로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엔진 성능이 개선되면서 눈에 보이는 매연은 획기적으로 줄였지만 타지 않고 남는 탄소 알갱이가 극도로 작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선 2011년부터 개수농도 기준을 적용해 자동차가 1㎞ 주행할 때 배출하는 먼지 개수를 6000억개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먼지가 작을수록 위험한데도 우리나라는 PM10은 1995년부터 측정해왔지만 PM2.5는 2015년부터 공식 측정을 시작했다. 환경 행정이 국민 건강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측정 용이성이라는 행정 편의에 치우쳤다. 그나마 서울시는 2007년부터 PM2.5를 측정했다. PM10만 측정하더라도 PM2.5는 그 속에 대체로 일정 비율(50~60%)로 포함돼 있어 그 추이를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오염 요소의 측정이 3년 전에야 시작됐다는 것은 큰 실책이다. 기본 모니터링이 허술하면 오염물질이 어떤 조건에서, 주로 어디서 나와, 어떻게 인체로 흡수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부터 골라 대책을 핀포인트로 시행해야 효과적인데, 자칫 엉뚱한 곳에 돈만 쏟아붓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연세대 임영욱 교수가 미세 먼지의 중량 농도보다 개수 농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연세대 임영욱 교수가 미세 먼지의 중량 농도보다 개수 농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과학 연구가 부실할 때 엉뚱한 대책을 펴게 된다는 것을 디젤차 소동에서 경험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질소산화물 등 디젤차의 가스 형태 배출물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입자 형태의 미세 먼지로 바뀐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디젤차가 직접 배출하는 미세 먼지를 크게 줄였다는 이유로 디젤차를 저공해차로 분류해 환경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줬다. 그런데 미국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가 주행 중 매연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돼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그걸 계기로 점검해봤더니 국내 디젤차들도 실주행 과정에선 시험실 기준치의 평균 7배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 가스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서 입자로 바뀌어 미세 먼지 농도를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2차 생성된 미세 먼지는 입자 크기가 아주 작아 몸속 더 깊이 침투한다. 클린 디젤의 허구(虛構)가 폭로된 다음 당시 환경부장관은 "중대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먼지 개수도 측정해야 올바른 대책 가능

비슷한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서도 개수농도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 초미세 먼지(PM2.5)의 중량농도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극미세 먼지(PM0.1), 나노 먼지(PM0.05)의 개수까지 따지도록 요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서둘러 측정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고 쉽게 측정되는 굵은 먼지보다는 잘 안 보이지만 몸에 더 나쁜 가는 먼지들이 어디서 생성돼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정확히 알아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코로 들어간 극미세먼지
점막 거쳐 뇌로 들어가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

극미세먼지 인체 침착 사진

미세 먼지가 뇌에 가하는 손상에 관한 관심은 벨기에 연구팀의 2002년 연구 결과가 촉발시켰다. 자원봉사자에게 방사선 표지자를 붙인 극미세 먼지(PM0.1)를 들이켜게 한 다음, 한 시간 뒤 감마선 카메라로 촬영해 먼지들이 어디에 가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사진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들이 극미세 먼지 위치를 표시한다〈사진〉. 허파와 혈액 불순물을 걸러내는 방광, 코, 귀 부위 등이 빛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학자들은 극미세 먼지, 나노 먼지는 코점막을 거쳐 뇌로 직접 침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2016년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부검한 영국인과 멕시코인 37명의 뇌 조직을 분석해 조직 g당 수백만개씩의 자성(磁性) 미세입자들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 뇌 속에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결정체 모양 입자들이 침착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연구팀이 확인한 것은 생물학적 생성물보다 크고 둥그런 입자로, 개수도 100배쯤 많았다. 이것들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로 추정됐다. 백금, 코발트 입자들도 발견됐는데, 백금은 자동차 촉매 장치에 쓰이는 성분이다.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는 없다. 연구팀은 이런 뇌 속 자성 입자들이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세 먼지가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고 자살률을 높인다는 주장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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