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中國夢이 촉발한 美·中 무역전쟁

    입력 : 2018.04.05 03:14

    中 경제성장하면 민주화할 것, 낙관론 비웃듯 '1인 독재' 치달아
    '독재+市場경제' 확산될 우려도… 무역 전쟁 결과에 국제 질서 달려

    차학봉 산업1부장
    차학봉 산업1부장

    '중국 버블 붕괴' '고립해 자멸하는 중국' '단말마의 중국 경제'….

    일본 서점가에 깔려 있는 '중국 붕괴론' 관련 서적들이다. 기자가 도쿄 특파원으로 4년간 일본을 취재하면서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이 일본에 만연한 '중국 붕괴론'이었다. TV 시사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중국이 곧 망한다는 주장이 수시로 등장했다.

    빈부 격차, 공산당 부패, 소수민족 문제, 부동산 거품 붕괴, 환경오염 등으로 중국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체제 불만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을 침공한다는 '중국 위협론'도 빠지지 않았다. 일본방위백서에도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보다 더 실용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중국을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을 한국에서 수시로 접했던 기자는 일본의 '중국관'이 무척 낯설었다. 중국 붕괴론이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은 아시아 맹주 자리를 내준 상처 난 자존심, 영토 갈등, 군사 동맹 미국 쇠퇴의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쿄에서도 요즘 '중국 붕괴론의 붕괴'가 화제이다. '중국 붕괴론'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끝나가면서 국익을 위해서라도 편견 없이 중국을 보자는 반성론이 나온다. '세계를 좌우하는 중국론'도 등장했다. 일본 대표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중국화가 진행되는 세계'라는 연재 기사를 내보냈다. 14억 인구와 막강한 경제력으로 지구촌을 좌우하는 중국을 보여주는 기사들이다.

    한국이 당한 사드 보복은 빙산(氷山)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관광, 무역, 경제 지원, 군사력을 지렛대로 아프리카·중남미는 물론 일본, 미국, EU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영화 제작사와 언론조차 중국의 압력에 굴복, 중국 비판적 콘텐츠를 포기하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 덕분에 '근접 국가' 한국은 수출과 관광객 증가 등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누렸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중국 낙관론'과 '친중(親中)적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G2를 넘어 미·중(美中) 역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 대해 경제적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을 수는 없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단기간에 성취한 한국은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하는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을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중시, 국제법 존중 등 인류가 쌓아오고 추구해온 '이상적 가치'를 허물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가 더 개방적으로 바뀌고 결국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중국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중국의 경제 기적은 결국 '1인 독재' 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졌다.

    모바일, 인터넷, 공유경제 등 첨단 미래 산업은 자유의 공기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꽃피울 수 있다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도 허물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전 세계 유니콘(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 기업) 3분의 1이 중국 기업이다.

    인터넷을 통제하고 인권을 제한하고 힘으로 국제 질서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가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고 미래 산업까지 주도한다면 '자유 민주주의+시장경제' 모델의 효율성과 우월성을 누가 믿겠는가. 이미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국가들에 '독재+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 모델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최근 발발한 미·중(美中) 무역 전쟁은 중국몽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 반격이다. 무역전쟁의 결과에 따라 경제주도권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와 '이데올로기'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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