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정상회담, 北核에 집중한다는 청와대 방침 옳다

조선일보
입력 2018.04.05 03:20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평화 정착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경협 분야 논의를 활발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유엔 제재가 거의 끝까지 가 있어서 경협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보면 핵심 의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핵은 5100만 국민의 생존이 걸린 남북 간 가장 중요한 현안인데도 앞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테이블 위에 꺼내 놓지도 못했다. 북한이 핵은 미국과 상대할 문제니 남쪽은 경제 지원 계획이나 내놓으라는 식이었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첫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뒷돈 5억달러를 건넸고, 2008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때는 통일부 추산으로 15조원이 드는 각종 대북 지원 사업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권 주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임기 초에 성사시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의했던 대북 지원 사업을 실천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4월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실제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옳은 방향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과거 핵 합의처럼 일단 핵을 동결해놓고 폐기는 먼 미래의 목표로 남겨놓는 방식은 과거 25년의 실패 코스를 답습하는 것이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정부는 북핵을 미국 안보에 실질적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고 북한 체제가 조만간 붕괴하면 저절로 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더 나빠지지 않는 정도로 관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거의 완성한 단계에 이르면서 북핵은 이제 미국의 안보 위협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자신의 재선용 업적으로 내세우려 할 것이기 때문에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는 핵 폐기를 끝내는 합의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처럼 핵 폐기 시점이 멀지 않은 때로 명시되는 합의여야만 북한이 과거처럼 시간을 벌어 대가만 챙기며 뒤로 핵 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2년 반 정도를 시한으로 볼 수 있다.

이 동안에 북한 핵을 폐기하고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조치도 취하는 확실한 합의를 하려면 매우 밀도 높은 논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이런 구체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남북 간 실무 회담과 정상회담을 통해서 핵 폐기까지 밑그림을 그려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일 것이다. 북핵 문제의 최종적 해결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지겠지만 그 회담의 성패와 실제 회담 개최 여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려진다고 봐야 한다. 그러자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 하나만 다루기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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