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합원 써라" 민노총 갑질에 공사장 스톱

    입력 : 2018.04.04 03:00 | 수정 : 2018.04.04 21:54

    [고용 안하면 타워크레인 등 불법으로 점령, 공사 방해 횡포]

    건설경기 악화로 일감 줄자 억지… 경찰에 신고해도 구두 경고 그쳐
    건설사는 하루 수천만원씩 손해… 非민노총 근로자는 일자리 잃어

    민노총은 그동안 자기 조합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를 채용하라고 건설사를 압박해 왔다. 건설사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이 빈번했다. 최근에는 민노총 소속 기사를 고용하지 않으면, 공사장 출입구를 막고 타워크레인을 무단 점령하며 공사를 방해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하루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고, 민노총에 속하지 않은 기사들은 일자리를 위협받는다.

    민노총 "일감 달라" 공사장 무단 점거

    3일 오전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50여m 높이 타워크레인에 '건설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가 올라가 내건 것이다. 원래 이 타워크레인은 한국노총 소속 기사가 이날부터 운전할 예정이었다.

    청주선 타워크레인 기습 점거
    청주선 타워크레인 기습 점거 - 작년 12월 충북 청주 공사장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타워크레인을 기습 점거했다. 이 장비에 투입된 한노총 조합원이 첫 출근을 한 날이었다. 이들은 타워크레인에‘단체 협약 파기하는 ○○건기 박살내자!’등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독자 제공
    서울선 공사장 가로막고 자재 반출입 막아
    서울선 공사장 가로막고 자재 반출입 막아 - 지난달 7일 서울 양천구 공사장 입구를 민노총 방송차량이 막고 있다. 민노총은‘타워크레인 기사를 전부 우리 조합원으로 고용하라’며 공사장 입구를 막아 흙·모래 반출과 자재 반입을 방해했다. /독자 제공
    한국노총 기사는 "꼼짝없이 일감을 잃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공사장에는 총 4대의 타워크레인이 있다. 2대는 한노총 소속 기사, 1대는 비(非)노조원 기사가 맡았고, 나머지 1대를 민노총 기사가 하기로 돼 있었다. 민노총은 "3대를 우리 조합이 맡아야 한다"며 점거를 한 것이다.

    민노총 타워크레인 기사의 공사 방해는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 현장에서 민노총 조합원이 타워크레인을 무단 점거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사는 3대의 장비를 각각 민노총, 한국노총, 비노조원에 맡기려 했다. 임대사는 비노조원에게 줄 장비를 민노총에 넘기겠다고 했으나, 민노총은 한국노총 장비도 요구했다고 한다.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지난 1월 민노총 조합원들이 타워크레인을 무단 점거해 결국 2대 모두 계약을 따냈다. 한노총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만 민노총이 채용 압박을 위해 공사장을 무단 점거한 곳이 대여섯 곳"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타워크레인 기사뿐 아니라 덤프트럭 운전사 등을 동원한다. 트럭 운전사들에게 '○○아파트 현장 일을 전면 중단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뿌리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타워크레인 기사뿐 아니라 민노총 소속 트럭 기사까지 공사장을 점거하며 작업을 방해했다. 이 때문에 토목공사가 나흘간 중단됐다.

    공사 줄자 일자리 싹쓸이 나서

    타워크레인 기사 채용 절차
    공사 현장에선 타워크레인을 일정 비율에 따라 민노총, 한국노총, 비조합원에 나눠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어느 한 쪽에만 일감을 몰아주면, 다른 조합이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민노총이 자기 조합의 몫을 늘려 달라고 건설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아예 "모든 일감을 민노총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공사가 줄어든 게 직접 원인이었다.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취업 대기자 수나 대기 기간으로 봤을 때 일자리가 40% 정도 감소했다"며 "일감이 줄어들자 민노총이 한국노총·비조합원 기사 몫까지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민노총의 무단 점거를 경찰에 신고하는 게 쉽지 않다. 대부분 24시간 이내 점거 후 빠져나가는 식으로 치고 빠진다. 경찰이 구두경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민노총에 잘못 걸리면 하루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두 손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민노총의 도를 넘은 '갑질'에 질린 조합원 중 탈퇴를 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일부 타워크레인 민노총 지부는 '조합에서 탈퇴할 경우 500만원을 내야 한다'는 확약서를 가입 때 받는다. 또 민노총에서 탈퇴한 기사가 일하는 곳으로 몰려 집회를 벌이기도 한다. 공사장에 '인간쓰레기 거둬 인간 만들어 놓으니 다시 쓰레기 짓!' '내 집 싫어 떠난 개가 집앞에 와 밥 달라고 울부짖네' 등 자극적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못하도록 타워크레인 임대사를 압박한 경우가 있다.

    지난 1월엔 경북 구미 공사 현장에 첫 출근을 하는 한노총 조합원의 출근을 방해하자는 공지를 하고, 현장에 '배반으로 모인 집단 배반으로 망하리라!'는 플래카드를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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