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까지 "김영철 발언에 공식 언급하는 건 부적절"

조선일보
  • 전현석 기자
    입력 2018.04.04 03:00

    "왜 적절하지 않나" 질문하자 "천안함, 주도자는 특정 안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3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그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방북 중인 우리 취재진에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농담조로 발언한 것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왜 적절하지 않으냐'고 다시 질문하자 최 대변인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잠수정이 당시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이 김영철이었다. 최 대변인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영철의 '천안함 망언'에 대해 이날 국방부뿐 아니라 청와대와 통일부도 침묵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과도한 '북한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김영철 감싸기'는 평창올림픽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2월 22일 '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을 보내겠다'고 통보한 지 3~4시간 만에 정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다음 날 통일부는 A4용지 6장 분량의 '김영철 방남 관련 설명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은 같은 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지에 대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는 과거 정부의 태도와는 딴판이다. 2010년 11월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 긴급회의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했던 김격식·김영철이 이번 연평도 공격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정부가 김영철과 정찰총국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자신있게 지목한 것은 이를 입증할 만한 정보와 증거들이 광범위하게 수집됐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1주일 만에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김영철 외 13인이 천안함 폭침을 일으켰다'는 정보가 입수됐다"며 "왜 13명인지 당시엔 몰랐지만 북한 잠수정 승조원이 13명인 것으로 나중에 파악됐다"고 했다.

    2010년 8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 13551호를 통해 천안함 기습 공격을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짓고 김영철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13551호가 제재한 개인은 김영철이 유일하다. 이는 미국도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얘기"라며 "정부가 이런 객관적 증거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김영철을 감싸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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