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FTA 협상 '제2 마늘파동' 되나

    입력 : 2018.04.04 03:13

    안준호 산업1부 기자
    안준호 산업1부 기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민감한 협상 내용들은 백악관이나 무역대표부(USTR) 등 미국 측 발표 뒤 우리 정부가 뒤늦게 이를 확인하거나 부인(否認)하는 방식으로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와 철강 관세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며 농업 레드라인(한계선) 사수(死守)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는 철강 수출 물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줄이기로 합의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수출량 감축 합의는 이날 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쿼터가 있다. 한국은 미국으로 보내는 철강의 양을 줄일 것"이라고 말해 비로소 알려졌다.

    양국이 환율 개입 제한 합의를 했다는 사실도 27일 백악관을 통해 확인됐다. 26일 김 본부장의 협상 결과 브리핑에선 없던 내용이다. '이면 합의' 의혹이 불거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환율 문제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라고 했고, 기재부는 "환율 협의는 한·미 FTA와 별도"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백악관과 USTR은 "환율 합의는 한·미 FTA의 주요 성과"라고 밝혔다.

    정부가 '레드라인을 지켰다'던 농업 부문 협의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28일 브리핑으로 공개됐다. 그는 "자동차 제조업 분야뿐 아니라 농업과 제약 분야에서도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산업부는 곧바로 "개정 협상 결과에 농업 부분은 포함된 바 없다"고 했다.

    USTR은 그러나 30일 '2018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현재 막혀 있는 (미국산) 사과와 배 수출이 가능해지도록 요청했으며 한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베일에 가려진 이번 협상이 김대중 정부 시절 '마늘 파동'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한다. 2000년 한·중 마늘 협상 당시 양국은 중국산 마늘에 대한 한국 측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다고 합의하고도 이를 숨겼다.

    2002년 국민을 속인 극비(極秘) 합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터져 결국 협상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던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 차관보였던 서규용 농림부 차관 등이 전격 경질됐다.

    민주당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 협상 대표였던 황준국 주영 대사가 2014년 협상 당시 부속 문서의 내용을 고의(故意)로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적폐'라 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이번 한·미 FTA 협상 관련 이면(裏面) 합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적폐'라 손가락질하던 일을 자신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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