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율과 野 무능 믿고 마구 나눠 먹는 與 정치인 낙하산

조선일보
입력 2018.04.04 03:20

현 정권이 정부나 공공기관 요직에 전직 여당 국회의원들을 잇따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지만 지금은 도를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에 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그 며칠 전에는 김기식 전 의원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지 못했거나 포기한 19대 민주당 의원은 총 40명이다. 그중 20명이 이 정부 들어 좋은 자리를 얻었다. 청와대와 행정부 외에도 금융감독원,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철도공사, 전문건설공제조합, 중소기업진흥공단, 농어촌공사, 한국국제협력단 등 각종 기관장으로 갔다. 중국과 러시아 대사도 전직 의원이다. 이 외에 마사회장은 17대, 도로공사 사장은 16~18대 의원 출신이다. 여당 안에서조차 "전직 의원들 챙겨주기가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한다.

전직 의원이라고 기관장이나 정부 요직을 못 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전문성과 함께 그 조직을 위해 모든 걸 건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임명된 면면을 보면 과연 저 사람이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정치인이 거의 전부다. 관련 상임위에서 몇 년 일했다는 정도를 전문성이라고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나 다른 더 좋은 자리만 살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임명된 20명의 19대 의원 중에 벌써 4명이 1년도 안 돼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그만뒀다.

현 정권은 지난 정부 내내 낙하산 인사를 비난했다. 박근혜 정부 1년 차 국정감사 때는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총선 낙천·낙선 인사가 임명된 것이 5명"이라며 "종박(從朴)끼리의 파티"라고 했었다. 그래놓고 자신들이 내려보낸 정치인 낙하산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대선 직전인 작년 4월 민주당은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등과 낙하산 인사 방지 제도 도입 등을 담은 정책 협약을 맺고 연맹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했었다. 협약을 맺은 당사자 모두 그냥 쇼로 생각했을 테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경영 개선이 시급한 공기업, 국민 노후·건강 재원이나 일자리를 책임지는 자리, 나라 운명이 걸린 큰 나라와의 외교 책임자 같은 곳에는 누가 봐도 손색없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가야 한다. 현 정권은 지난 정부 때 여당이 "정권 창출에 기여하고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 임명은 낙하산이 아니다"고 했을 때 이를 호되게 비난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막상 인사 해보면 상당 영역에 가장 경쟁력 있는 그룹이 정치인들"이라며 "정치인을 서로 낙하산이라고 공격하는 문화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높은 지지율과 무능한 야당을 믿고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 자리를 나눠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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