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⑫] 임을출 "파격의 연속 김정은, 영변 핵시설 해체 카드 던질 듯"

입력 2018.04.03 15:48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비핵화 안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남북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회담 준비 과정도 빨라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등 원로자문단 21명과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등 전문가자문단 25명을 위촉해 발표했다.

임을출 교수는 2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자문단 구성에 대해 “정부가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하는 정상회담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3일 “지금까지 파격의 연속을 보여준 김정은이 정말 획기적인 안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며 “5MW 원자로를 시범적으로 해체하겠다는 카드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북한이 이런 조치의 대가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텐데, 이것을 트럼프가 받을 수 있을지가 포인트”라며 “빅딜이 잘 되도록 우리(정부)가 중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를 시도하다 대북 제재만 완화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제가 아는 한 정부는 그렇게 안할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는) 어설프게 제재를 완화했다가 다시 (상황이)되돌아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도 안되면 이제는 정말 (이런 기회를)못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 교수는 이어 “미국은 지금 북한은 믿지 못하더라도 일단 한국 정부와 중국을 믿고 외교적 해결에 나서는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서로를 믿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지금의 북한을 예전의 북한과 달리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정세 판단’과 ‘남북 공동 목표’를 들었다. 그는 “지금은 북한이 (핵무장으로)되돌아갔을 때 입게 될 신뢰 타격 때문에라도 쉽사리 돌아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 모두 평화가 담보되지 않을 때 손해가 많다.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과정에서 신뢰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이번엔 한번 믿어보자”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와 함께 청와대 내 주사파 세력으로 인해 북한에 무조건적인 합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등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청와대 국가안보실엔 주사파가 한 명도 없다”면서 “임종석 비서실장도 내가 보기엔 현실주의자다. 임 실장도 자신의 과거 때문에 처신을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윤희훈 기자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문가 자문단으로 임명됐다.

“자문위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말하긴 어렵다. 전문가 자문단은 상당히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저 같은 경우 중도적 입장이다. 정부가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국민과 함께 정상회담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더라. 특정 진영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하는 정상회담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도 이쪽 분야의 원로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의 의견을 주로 들을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못박을 수 있을까?

“청와대는 현재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도 27년간 북한을 연구한 사람인데 어찌됐든 비핵화가 움직여야 평화 정착도 움직이고, 그래야 남북관계 발전이 뒤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와 평화 체제는 동시에 갈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체제 안전과 연관된 의제이기 때문이다.”

-비핵화와 평화 체제는 동시에 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 평화 체제의 핵심은 종전선언이다. ‘이제 전쟁은 끝났다. 전쟁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종전선언은 남북만 할 수도 있고, 또 미국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북미간에 할 수도 있고, 중국이 왜 우리는 빼냐고 하면서 남북미중 4자가 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만나봐야 알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상황이 열려있다. 우리만의 계획은 있지만 실제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협상에 달렸다. 그리고 평화협정만 체결해서 되느냐. 그건 아니다. 이 협정을 이행할 수 있는 기구, 예를 든면 ‘한반도평화관리기구’와 같은 기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구를 만들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협조체제를 만들어 합의 당사국 중 한 쪽이 약속을 쉽게 깰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에 남북 관계 발전이 있다. 남북 간 정치·군사적 요소가 있다. 대표적인게 북방한계선(NLL)같은 것.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안전 보장이라든지, 남북한 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안이 있지만, 이런 부분도 (회담에서) 붙어봐야 안다.”

-29일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이제 의제를 구체화할 것이다. 북쪽은 비핵화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김정은이 다시 (비핵화를)못하겠다고 하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뢰를 잃게 된다. 트럼프에게도 특사단 통해 이야기했지만 약속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이런 차원이 아니라 김정은은 중요한 결단을 해버린 것이다. 하네 마네 수준이 아니다. 다만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서 ‘한미가 선의를 보여준다면’이라고 전제를 달긴 했다. 디테일하게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먼저 예상하자면 지금까지 파격의 연속을 보여준 김정은이 정말 획기적인 안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 있는 냉각탑으로 2008년 6월 TV화면에서 캡처한 사진. 미국 언론은 28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의 새로운 원자로가 몇년에 걸친 공사 끝에 시험 가동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예를 들면?

핵 동결은 기본이고, 시범적으로 특정원자로, 5MW 원자로가 유력한데, 그걸 시범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던질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조치의 대가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텐데, 이것을 트럼프가 받을 수 있을지가 포인트다. 현재 김정은은 트럼프의 면면, 지금까지 해온 정책 결정 과정 등을 면밀하게 분석을 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무엇을 좋아할지, 또 어떤 선물을 안겨줘야 체제 보장을 받고, 경제 건설에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핵화는 당연히 우리의 문제지만, 남북만 타협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빅딜이 잘 되도록 우리가 중재를 잘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우리 정부가 수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인 안을 만들어서 북미간 대화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는 ‘핵전쟁의 공포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제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겠구나’라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태가 또 평화체제다. 이러한 평화를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해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를 말하면서 ‘군사적 위협이 없는 한’ ‘선의’ 등 자의적인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를 두고 예년같은 ‘시간끌기’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북한은 영변 냉각탑 폭파쇼도 한 적이 있지 않나. 이번이 이전과 다르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나?

“미국의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이 통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못하는 일화가 있다. 작년 12월이었나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 송유관을 잠그라고 요구했다. 그 요구를 보면서 상당히 경악했다. ‘어떻게 문 대통령이 송유관까지 잠그라고 하지?’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현 정부는 핵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잘봐야 한다. 북한에서 예술단 공연이 진행되고 했지만 제재라는 틀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또 제재만 완화하고 끝 아니냐’라고 우려를 하는데, 제가 아는 한 정부는 그렇게 안할 것이다. 어설프게 제재를 완화했다가 다시 되돌아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정말 북한이 핵 포기를 진정성 있게 시작하는 하나의 모멘텀을 만들어보자. 이번에도 안되면 이제는 정말 (이런 기회를) 못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 현 정부 핵심들이 정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나.

“나는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은 많지 않다. (정부 입안자들 생각은)북한을 위해서라도 어중간한 비핵화로는 이젠 안된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선 평화 공존을 계속 이야기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학자들과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화의 전제는 ‘핵전쟁의 공포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북한 대표단이 왔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 이제 우리가 평화 공존하기 위해선 핵이 없어야 한다고 김영철, 김영남, 김여정 모두에게 말했다.
또 북한이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보는 근거를 하나 더 말하면, 북한은 올해 9월 9일이 정권수립 70주년이다. 북한은 올해 인민들의 힘을 결집해서 정말 남부럽지 않은 국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망이 있다. 북한에선 ‘우리가 군사적으로도 강대국이고, 사상·정치·문화 모두 강대국인데 경제가 엉망이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평화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건 결국 미국과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지금 북미 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고 김정은이 판단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윤희훈 기자

-김정은에게 제재 완화가 시급하다는 말인가?

“당연히 시급하다. 70주년 99절은 금방이다. 김정은은 당장 내일 모든 제재를 해제하진 못하더라도 주민들이 삶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북한이 저렇게 절박한 상황이니까 제재를 더 세게 해서 결국은 무릎을 꿇게 만들어야 한다고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문제는 상호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지금도 일단은 사이가 안좋은 북한과 미국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과거 북미 간 핵협상을 보자. 북한은 당장의 상황이 어려우니까 핵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은 계속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일단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시늉을 한다. 미국은 계속 의심을 하고,. 미국은 확인하려고 하고, 북한은 도망을 가려고 하고.
과거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면 안된다. 비록 지금은 서로를 못믿더라도 상대방이 믿을 수 있는 카드를 꺼내야 한다.”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카드는?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계속 압력을 가한다면 북한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핵은 이제 거의 다 만들었는데, 경제적으로는 더 어려워지고,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북한의 우발적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연말, 우리가 여기까지 갔다. 일단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비핵화 과정에서 신뢰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핵사찰부터 시작해서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면 진도가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인가?.

“예전에 로버트 갈루치 미국 북핵 대사에게 ‘미국이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갈루치 대사는 ‘시간으로 축적된 신뢰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직면한 객관적 상황으로서 구축할 수 있는 신뢰가 있다’고 답했다. 서로간에 쌓인 신뢰가 없더라도 객관적인 상황으로서 ‘아 너희가 이것을 선택하겠구나’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북한이 객관적 상황으로서 신뢰를 줬다는 말인가?

“아직 미국은 그렇게까지 보지 않는다.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이번에 한번 외교로 접근해보자고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믿지 못하더라도 일단 한국 정부와 중국을 믿어보는 것이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해 ‘북한이 이전과는 다르더라. 예전엔 뻣뻣했는데 지금은 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나. 한미공조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금 우리와 북한은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정보의 99퍼센트를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북한을)믿어보자고 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한반도 냉전 체제가 완화되는 초기단계의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결국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신용을 보증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북한의 무엇을 보고 신용보증을 하는건가?

“두가지 측면이다. 첫째는 정세 판단이다. 김정은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문재인정부도 도와줄 수가 없다. 사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간을 본 거다. 그런데 김여정이나 김영남, 김영철이 내려와 같이 지내보니 ‘한번은 시도해볼만하다’고 판단이 선 것이다. 지금은 북한이 되돌아갔을 때 입게 될 신뢰 타격 때문에라도 쉽사리 돌아설 수 없는 상황이다. 두번째는 남북이 공동으로 추구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평화다. 남북 모두 평화가 담보되지 않으니 손해 보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도 평화가 안정돼야 청년 실업 등 다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고, 북한도 경제 발전에 주력할 수 있다. 그런데 1년에 한번씩, 특히 한미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니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우리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처한 상황을 보니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본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영상을 2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공연 시작 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야당이나 보수 진영 일각에선 청와대 인사 중에 주사파가 많아 북한에 경도된 합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내가 알기론)청와대 국가안보실엔 주사파가 한 명도 없다. 행정관급에서는 한두명이 시민 단체 출신이 있다곤 하지만, 주사파는 한명도 없다.”

-야당이나 보수 학자 중에선 임종석 비서실장을 얘기한다.
“임종석 실장은 내가 잘 안다. 임종석 실장은 자신의 그런 것(과거) 때문에 처신을 잘하고 있다. 내가 본 임 실장은 현실주의자다. 그 외 인물도 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주사파라고 할 것인가? 외교부의 핵심 라인을 쭉 밟아온 분 아닌가. 또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도 전형적인 외교관이고, 1차장인 이상철 장군은 군 출신이다. 지금은 그런 시각으로 보면 안된다.”

“시각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면, 탈북자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다. 북한 주민들도 ‘미국과 잘 지내야 우리(북한)도 이득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잘되면 북한 정권이 남한이랑만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하나?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내면서 중국도 끌어들이고, 미국도 끌어들이면서 자기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다. 핵 문제가 잘 해결되면 우리만 북한에 들어가 원하는 대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중국 기업들은 가만히 있겠나. 그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미국도 에너지 등 큰 이익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정작 상황을 다 만들어놓고 본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 있다. 그게 현실이다. 정부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항상 내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현 대화 국면에 중국 개입을 어떻게 보나.

“중국은 패싱할 수 없는 나라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해결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나 있다. 사실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도 있다. 자기들에게 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중국이 북한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미국은 중국에게 계속 북한을 압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진핑 입장에서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번에 북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많은 조언을 했을 것이다. ‘내가 정말 너희를 도와주고 싶은데, 핵때문에 한계가 있다. 당신들 진짜 비핵화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너희가 비핵화만 한다면 우리가 다시 혈맹 관계로 돌아가 다양한 경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압록강 다리가 완공된 상황이다. 다만 개통만 안됐을 뿐이다. 중국은 빨리 북한 경제를 선점하고 싶어한다. 경제적으로 의존도를 높여놔야 차후에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동남아나 다른 국가들에 진출하는 전략이 항상 이런식이었다.”

-중국 개입이 우리에겐 이득이 안되는 것 아닌가?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나.”

-그동안 6자회담이라든지 중국이 끼어들어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협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남북이 중심을 잡으면, 중국의 개입을 억제할 수 있다. 남북이 분열돼 있으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이 불신 상황일 때 중국의 영향력과 남북관계가 좋을 때 중국 영향력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잘안다. 북한이 왜 남한을 끌어들이려고 하겠나. 같은 민족이라는 정서도 있지만, 한국을 끌어들여서 중국과 잘 지내면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생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윤희훈 기자

-청와대가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제대로 한 것인가? 미국이 원하는 것은 리비아식인데.

“지금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든 최고 목표를 던져 놓고 상황을 봐 가면서 현실적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도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가 싫어할 이유가 뭐가 있나.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그걸 수용하겠느냐. 그리고 비핵화는 프로세스로 진행되는데, 당근이 있어야 과정이 진전될 수 있다. 이러한 당근을 안던져주고 비핵화가 어떻게 가능하겠나.”

-청와대에서 공식적인 워딩을 쓰면서까지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나?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도,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 일괄타결, 포괄적 합의, 그 다음에 단계적 이행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리비아식 합의는 협상 카드로 쓰기에도 너무 세다는 것인가?

“비핵화를 정말 원한다면, 비핵화 동력이 중간에 떨어지지 않고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중간에 보상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는 북미간 불신이 강하니까 누가 보더라도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하는 구나’라고 확인이 될 때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는 정말 끝 없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농축 우라늄 어디에 있는지, 원심 분리기는 어디 있는지, 만약 굴을 파고 숨긴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이 모든 과정은 신뢰가 없으면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기술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류는 모두 폐기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들의 머리 안에 다 들어있다. 다른 데 가서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 있는 인재들이다.”

-앞서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기구로 ‘한반도평화관리기구’를 언급했다. 종전 선언을 비판하는 주된 이유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된다. 한반도평화관리기구는 기존 연합사를 대체하는 체제로 보는 건가?

“한반도 평화 체제는 주한미군 주둔을 상당 기간 인정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다만 어느 시점에 가면 미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지금도 트럼프 입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감축 문제를 논의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일단 그 시점까지 가봐야 한다. 김정은도 ‘주한미군 문제는 이해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엔 한번 믿어 봅시다.”


☞임을출 교수 : 영남대 무역학과를 나와 코트라에서 북한경제분석 및 남북경협을 담당했다. 이후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경남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 ‘남북정상선언 이행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겸 기획조정위원회 간사를 지내고 있으며,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국방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자문단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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