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는 제재… 안보리, 北과 거래 중국회사 등 49개 명단 추가

입력 2018.04.02 03:00

[한반도 '격동의 시간']

대화 국면이지만… 유엔, 최대 규모 제재로 단호한 메시지

美, 2월부터 독자제재해온 것… '유엔도 동참해달라' 요청
중국 이탈에 대한 미국의 걱정 불식시키려고 중국도 받아들여

韓·美 의견차 우려 목소리 커져

미국이 대화 국면 와중에서도 대북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대북 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북한 선박 27척과 무역회사 21곳, 대만인 1명 등 총 49개 명단을 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안보리가 2006년 대북 제재를 시작한 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조치는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잇따라 추진되는 대화 국면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제재는 계속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최대한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유지돼야 한다"고 했었다.

이번 유엔 제재는 지난 2월 미국이 무역·해운회사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 등 총 56곳의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단독제재를 단행하면서, 유엔에 안보리 제재 대상에도 올려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유엔을 통해 제재 수위를 높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선박 10척에 대해 안보리 제재를 요구했을 때 중국의 반대 등으로 최종적으로 4척만 제재 대상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규모 제재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제재 대상이 되면 유엔회원국 내에서 자산이 동결되고 여행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무역회사와 선박의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유엔 제재에 홍콩 기업 3곳과 중국 기업 2곳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 중국의 대북 제재 이탈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중국이 이를 불식하기 위해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리는 또 제재를 발표하면서 북한 유조선 '백마' '천마산' '삼정1호' '삼정2호' '지성 6호' 등이 모두 1월 중순~1월 말 유류를 환적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가 심해지는 와중에도 북한이 최근까지도 공해상에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유엔이 2007년 이후 북한에 매년 지원해 온 긴급구호기금을 올해는 배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240만달러를 보내는 등 구호활동을 했었지만, 중국 등의 제3국 은행들이 북한과 관련된 어떤 거래도 하지 않으려 하면서 송금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북 압박 강화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한·미의 의견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청와대가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며 북한을 편드는 모습을 보이자 견제하는 것이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가 (비핵화 해법에)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다"며 "북한은 한·미 간 입장 차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창 변호사도 "문재인 정부가 무조건적인 경제 지원에 나서거나 통일 관련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미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일부 거론되겠지만 구체적 협의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국은 북한에 미·북 회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메시지에 한국이 속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스티븐 노에르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이사는 "김정일과 김일성도 비슷한 비핵화 약속을 한 적이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협상) 과정에서 순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언급을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단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은 VOA와 인터뷰에서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까지 그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정직한 협상가가 아니었다"며 "이번 협상에서도 미국은 최악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국 외교팀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청와대의 주문을 수행하면서도, 미국의 반발을 최소화할 외교적 표현을 찾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가까워 올수록 양측의 생각 차가 점점 더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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