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공연 '봄이 온다' 관람..."서울에서 '가을' 공연 하자"

  • 평양공연공동취재단
  • 박정엽 기자
    입력 2018.04.01 22:15 | 수정 2018.04.02 00:07


    김정은 “내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 많았을 것”
    “평양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
    달라진 北, 가사·율동 수정요구 안해...“南장비가 좋으니 다 갖고 오라”
    北, 사진기자 1명 빼고 南취재진 본공연 입장 막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우리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참석해 관람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운데 빨간원)이 1일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직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빨간원)도 공연을 지켜봤다. 오른쪽 빨간원 안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오후 평양 대동강구역에 있는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이 끝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예술단 평양공연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관람 사실은 공연장 장내 방송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공지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공연을 관람하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정은은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출연진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을 잘 해서,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이 여세를 몰아서 가을엔 ‘가을이 왔다’고 하자”며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출연진과 김정은의 환담에 배석한 인사들이 전했다.

    배석자들 따르면, 김정은은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며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평양에서) 했으니 가을에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라고도 했다.

    김정은은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순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합동공연을 보셨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했고, “내가 (공연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4월 3일 남북합동공연에)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며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돌아가신)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정은과 주석단에 앉아 공연을 관람한 뒤 “(김정은이) 공연 중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지난 2월 11일 서울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북한은 우리측에 애초 오후 5시 30분이었던 공연 시작 시간을 2시간 미룬 오후 7시 30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잠시후 시작 시간을 오후 6시 30분으로 다시 변경해달라고 요구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우리측 취재진은 방송 카메라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공연 상황을 취재하지 못했다. 취재진들은 리허설후 북측으로부터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고 출연자 대기실 방향으로 이동한 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공연이 끝난 뒤에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동평양대극장 1500석 만석...11개팀 26개곡 소화

    이날 공연은 오후 6시 50분(평양시간 오후 6시 20분)에 시작돼 2시간 10분간 진행된 뒤 오후 9시에 끝났다. 공연 사회는 가수 서현이 맡았고, 1500석 규모의 동평양대극장 객석은 가득 찼다.

    가수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 등 총 11팀이 무대에 올라 26곡을 소화했다.

    북한측은 우리 출연진의 가사 및 율동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북한에 가져간 공연장비는 16톤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북측 장비를 쓰라고 했는데, (이번 공연 준비를 위해) 협의할 때 북측이 ‘남측 장비가 좋으니 조명, 음향 등 다 갖고 오라’ 했다. 그래서 예술단 비행기와 따로 화물기가 온 것”이라고 전했다.

    ◇ ‘친구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하며 피날레

    이날 공연은 스크린 영상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홀로그램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공연의 소제목 ‘봄이 온다’라는 문구도 이 때 스크린에 나타났다. 이어 김광민과 정인이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했고, 가수 정인의 ‘오르막길’, 알리의 ‘펑펑’, 정인과 알리가 함께 부른 ‘얼굴’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사회를 맡은 서현은 객석을 향해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며 “북측 예술단에게 받은 감동, 남측 시민들이 받은 감동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뒤, 가수 백지영을 소개했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곡은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다”며 “직접 들어서 더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백지영의 ‘잊지말아요’, 강산에의 ‘라구요’, ‘명태’가 이어졌고, YB 밴드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나는 나비’, ‘1178’ 공연이 그 뒤를 따랐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 ‘배드 보이’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뒤늦은 후회’ 공연이 차례로 이어진 뒤 이선희의 ‘J에게’, ‘알고싶어요’, ‘아름다운 강산’이 무대에 올랐고, 그 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그 겨울의 찻집’,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가 이어졌다.

    조용필의 무대가 끝난 뒤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을 부른 뒤 조용필을 시작으로 출연진들이 모두 무대에 오르며 ‘친구여’를 함께 불렀다. 이후 출연진은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 北관객 적극 호응...레드벨벳 “큰 박수에 따라 불러줘 긴장 풀려”

    이날 공연에서 북한 관객들은 적극적인 호응을 보냈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예리는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크게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시기도 했다”며 “그것 때문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아이린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했고, 웬디는 “반응이 없어도 우리 노래를 보여드리라고 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로이킴의 ‘봄봄봄’이 흐르는 동안 북측 관계자들이 출연진에게 꽃다발을 전달했고, 관객들은 우리 예술단이 무대 위에서 사라지는 동안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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