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31)씨는 28일 천안함 폭침 사건을 다룬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을 봤다. 그는 천안함 폭침에서 살아남은 58명 중 한 명이다. 전씨는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참담했고, 모욕감이 들었다"고 했다.
전씨는 "가장 화나는 건 방송 만든 사람들이 우리 생존 장병들이나 유가족들 얘기를 듣기 위해 연락하거나 찾아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피해자 증언은 무시한 채 제3자들의 자극적 주장만 늘어놓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는 "배에 타고 있었던 나보다 그날 일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지난 8년 동안 "늦기 전에 양심선언 하라" "배후가 누구냐"며 생존 장병들을 괴롭혀 왔다. 최근엔 더 심해졌다. 전씨는 "생존 장병들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거짓말을 하겠느냐"고 했다.
전씨는 방송을 본 직후인 29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대한민국 진짜 살기 싫다. 나는 유공자도 아니고, 정부 보상 십원 한 장도 못 받고 참고 사는데, 너무 억울하다. 8년 동안 정치·언론 이용만 당하는 천안함.'
전씨는 대전에서 올라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우리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 힘이 난다.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믿음으로 버티고, 먼저 간 전우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