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가진 사람들이 먼저 손 내밀고 용서해야 평화가 옵니다"

입력 2018.03.30 03:00

[부활절 특별 인터뷰] 덕수교회 손인웅 원로목사

"믿는 대로 살지 않으면 다 헛소리… 부활 믿는다면 제대로 살아야
내려놓고 비우며 낮은 곳으로"

"올해 부활절을 맞으면서 절실한 생각은 내려놓고 비우면서 예수님처럼 살아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부활절(4월 1일)을 앞두고 29일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에서 만난 손인웅(75) 원로목사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삶'을 강조했다. 손 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에서 합리적·중도적 목소리를 대변해온 원로다. 1990년대 후반 고(故) 옥한흠 목사와 함께 초교파적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결성해 교회 갱신·일치 운동과 봉사 활동에도 앞장섰다. 5년 전 은퇴한 그는 그동안 맡았던 직함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회장, 실천신학대학원대 이사장,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등 무보수 직책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결정됐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세계가 우려 속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이야기했다는데, '시간 끌기 아니냐' '또 속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만약 단계적 비핵화하면 단계별로 보상을 요구할 텐데 국민이 받아들일지, 정부는 참 큰 짐을 지게 됐습니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없애고,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먹고사는 수준을 우리 정도까지 올리면 자연히 평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만난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기독교인과 교회는 더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활절을 앞두고 만난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기독교인과 교회는 더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목사님은 '화목한 교회'를 표어로 삼을 만큼 '화목'을 강조해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현주소는 '화목'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제 마음에 스스로 평화가 없으면 남에게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지금 집권층은 과거 핍박받은 응어리가 남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자기를 열고, 비우고, 낮추고, 손을 내밀고, 이해하고, 용서해야 평화가 이뤄집니다. 어려운 일이겠으나 그런 노력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적폐 청산'도 좀 심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분들 많습니다. 교회에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에 갈등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원로목사에겐 '시어머니 말고 친정엄마가 되라'고 권하고, 후임 담임목사에겐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오랜 기간 쌓인 폐습과 악습은 청산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일 가운데 잘한 것, 좋은 것은 지켜나가자'고 인정하면서 나가면 국민적 공감대도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는 '기독교 양반'이 많아져야 한다고 평소 말씀하셨습니다.

"제대로 된 기독교인들이 많았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발전하지 않았겠습니까. 신앙이 삶과 연결되지 않으면 다 헛소리입니다. 믿는 대로 살아야 살아 있는 신앙이지요. 말 따로, 글 따로, 설교 따로, 생활 따로라면 일반 사회에서 볼 때 '이게 뭐냐'고 하지 않겠어요? 작은 진리라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작은 실천부터 해야 합니다."

―교회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과거엔 다양한 교계의 연합 활동이 있었는데 요즘은 활기를 잃은 듯합니다. 한국 교회의 성장기는 지났습니다. 차분히 정립하는 시기이죠. 이젠 중소형 교회들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칼뱅이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펼치며 장로교의 정치 원리를 제시했는데 150명 단위였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칭송받는 중소형 교회들이 연합해 지혜와 힘을 모아 봉사하고 사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 번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겠지요."

―부활절을 어떤 마음으로 맞으십니까.

"부활의 전제는 죽음입니다. 그것도 제대로 된 죽음입니다. 제대로 죽기 위해선 제대로 살아야 합니다. 삶과 죽음, 부활이 제대로 연결될 때 영원한 희망을 얻고 하나님 나라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저는 '물 흐르듯'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계속 더 낮은 곳으로 흐르다가 마침내 대양(大洋)에서 만나 하나가 되고 큰 생명을 이룹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삶입니다. 거머쥐고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도 생활도 낮은 곳을 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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