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용서·희생… 진짜 어른의 삶 보여준 크리스천 9人

조선일보
  • 김한수 기자
    입력 2018.03.30 03:00

    장기려·대천덕·원경선·김용기… 인생 담은 '사랑하며 춤추라' 출간

    예수원을 설립한 대천덕 신부.
    예수원을 설립한 대천덕 신부. /신앙과지성사
    장기려(1911~1995) 박사가 무료로 환자를 돌봤던 1950년대 부산 복음병원엔 독특한 봉급 체계가 있었다. 직원 11명뿐 아니라 그에 딸린 식구를 모두 합한 44명을 병원 식구로 여기고 봉급을 지급했다. 병원장과 운전기사의 월급이 같았고, 식구 수가 많은 사람이 월급을 많이 받아갔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급여를 제공한다'는 정신이었다.

    최근 출간된 '사랑하며 춤추라'(신앙과지성사)는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 신부, 장기려 박사, 유기농 운동가 원경선,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등 '크리스천 어른' 9명의 삶을 재조명한다. 이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이들이 필자로 나섰다. 원경선은 아들 원혜영 의원이 집필했다. '예수의 삶을 살아낸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보듯 사라져가는 '어른'들의 희생과 솔선수범 그리고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장기려 박사는 공산 정권을 피해 월남하다 가족과 생이별한 경우. 공산당만 생각하면 구토 증세까지 보였던 그였지만 노년에 들어선 '김일성 부자와 그 일당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사랑이 없다면 이념은 쓰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 산골에 공동체 예수원을 설립한 미국 출신 성공회 사제 대천덕(1918~2002) 신부는 "가난한 이를 구제하는 책임은 교인 개개인에게 있다"고 말하고 실천했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의 법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책임이 교인들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개인에게 있습니다."

    미국인으로 대전을 중심으로 탁아소와 전쟁미망인을 위한 사업을 벌였던 나애시덕(1901~1968) 선생. 어느 날 감리교 목사가 찾아와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독실한 감리교인이니 꼭 입원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나 선생이 먼저 입원시킨 것은 불교 신자였다. 화가 나서 따지는 목사에게 나 여사는 "입원은 엑스레이가 보여주는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엑스레이 사진에는 감리교인, 비교인(非敎人) 표시가 없지요"라고 단호하게 잘랐다. 김정호 뉴욕 후러싱제일교회 목사는 머리말에 '어른 부재(不在)의 시대에 우리 스스로가 어른 노릇을 제대로 못 한다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그 어른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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