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남조선(한국)과 미국이 나의 노력에 선의(善意)로 답해 평화·안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시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8일 밝혔다.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 방식에 대해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이 언급한 '단계적, 동시 조치'는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등에서 아버지 김정일이 내놓은 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한·미가 북한에 제재 해제, 경제 지원, 체제 보장 등의 보상을 하면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 포기 선언, 동결 등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5여년간 이 같은 '단계적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보상만 챙기고 결정적인 단계에서 판을 깨는 '기만전술'을 되풀이했다. 김정은이 '선의의 응답'을 비핵화 조건으로 언급한 것도 먼저 한·미에 연합 훈련 중단이나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김정은의 발언은 실제 비핵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해야 보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김정은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김정은의 방식은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일괄 타결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북 해법과도 간극이 크다. 이에 따라 4~5월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해법 등을 놓고 이견과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시진핑으로부터 김정은이 나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은 유지돼야 한다"고 썼다. 북·중은 이번 회담을 통해 김정은 집권 6년간 최악으로 치닫던 관계도 단번에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