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유럽의 '30代 디지털장관'들

    입력 : 2018.03.29 03:14 | 수정 : 2018.03.29 08:04

    손진석 파리특파원
    손진석 파리특파원

    프랑스에 '에쿼넘'이란 농산물 유통 기업이 있다. '꿀벌집(Ruche)'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반경 250㎞ 안에 사는 농부가 재배한 채소와 육류를 온라인으로 주문받는다. 그러면 농부는 약속한 날짜에 신선한 생산물을 '꿀벌집'으로 가져와 소비자에게 직접 건네준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하고 유통 경로를 최소화한 플랫폼이다. 2011년 설립 후 7년 만에 '꿀벌집'은 1050개가 됐다. 농부 1만3000명이 지금까지 1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회사를 세운 창업자 세 명 중 한 명인 무니르 마주비(33)는 지금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다.

    프랑스 내각의 최연소 장관인 마주비는 젊지만 노련하다. 창업에 성공한 경험을 발판 삼아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키우기에 진력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CES)에 274개의 프랑스 스타트업을 이끌고 참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 장관인 매트 행콕(39)은 첫 직장이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매트 행콕'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앱을 출시했다. 앱으로 정책 제안이 들어오면 직접 답글을 달아 소통한다. 행콕은 영국의 디지털 정책을 설명하는 영상에 직접 출연하고, 이것을 유튜브에 올린다.

    독일도 가세했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 4기 시작에 맞춰 디지털부를 신설하고, 행콕과 같은 39세의 도로테 베어 의원을 초대 장관으로 기용했다. 베어는 2만6000개의 트윗을 날렸고, 7만5700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거느린 '소셜 미디어 여제(女帝)'다.

    영·불·독 서유럽 3개국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디지털·벤처 분야 장관에 더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려 서로 경쟁하는 인상마저 든다. 미국·중국에 뒤처진 IT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결기'와 '고민'도 느껴진다. 이 분야에선 경륜보다 새 바람을 일으키는 '에너지'와 차세대 리더가 더 필요해서일까. 전문성과 젊음, 소통 능력이 세 명을 관통하는 공통분모이다.

    자연스레 우리 정부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은 장관이 누구인지 눈길이 간다. 우리는 1년 전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어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따로 공룡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뒀다. 신(新)산업 육성에 외형상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하지만 두 부처 장관이 가시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지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정부 조직을 새로 만들고 키운다고 해서 금방 길이 열리지 않는다. 실무 공무원들은 장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지시하는 만큼만 움직인다. 남다른 관점에서 담대하게 접근하는 리더를 우리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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