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여년 老木 가지마다 피워낸 매화 향기 그리고 자연의 소리

    입력 : 2018.03.29 04:27

    [지리산] 경남 산청

    "하늘이 울리려 해도 울지 않는 지리산을 닮고 싶다."

    주변 상황에 흔들림 없는 지리산을 흠모했던 조선의 거유(巨儒), 남명(南冥) 조식(1501~1572년) 선생의 시(詩) 한 구절이다. 남명 선생은 60세인 1561년 경남 산청군 시천면으로 왔다. 그는 강변에 산천재를 짓고 11년간 제자를 가르치는 데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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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령 450년을 넘긴 남명매가 개화해 멋진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산청군 제공
    요즘 산청에는 '선비의 향기'와 함께 '봄의 향기'가 가득하다. 선비 정신이 묻어나는 각종 흔적들에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봄의 풍광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산천재를 찾은 방문객들은 앞마당에서 걸음을 멈췄다. 명종 16년(1561년)에 조식이 손수 심은 매화나무 '남명매' 탓이다. 아직도 찬 기운이 가득한 날씨 속에 450여년 풍상을 견딘 노목(老木)이 가지마다 피워낸 매화와 향기가 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남명매는 단성면 남사예담촌의 원정매, 단속사지의 정당매와 더불어 산청 3매(梅)로 유명하다.

    산천재 맞은편에는 남명기념관이 있다. 조식 탄생 500주년을 맞아 2001년 지은 것이다. 남명 선생의 생애와 후학들이 이어온 학맥 등 그의 발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임진왜란 홍의장군 곽재우, 내암 정인홍 등 왜군에 맞서 싸운 의병장 중 그의 제자들이 많았던 것은 유명한 얘기다. 시천면에서 차를 타고 삼장면으로 15분쯤 가면 유흥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언급한 남한 제일의 탁족처(濯足處, 발을 물에 담그는 곳) 대원사 계곡이 나온다. 세찬 계곡 물소리와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산새의 지저귐이 어우러져 자연의 소리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경남 대표 봄꽃 축제인 '산청 황매산 철쭉제'가 열린다. 산청군 관계자는 "지리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황매산과 진분홍 철쭉을 한꺼번에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산물도 빠질 수 없다.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된 경남 산청 딸기는 품종을 불문하고 새콤달콤한 맛과 함께 탄탄한 육질, 과일향 등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 초까지 하우스 재배되며 12월까지는 대부분 서울·경기 등 대도시로 팔려나가 지역민들도 맛보기가 쉽지 않다. 산청 딸기의 맛과 품질이 좋은 것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산과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딸기는 대개 수경재배(흙이 아닌 물과 영양분으로 키우는 농법)로 재배되지만 최근 지역의 청정한 토양을 바탕으로 하는 토경재배(땅에 직접 키우는 농법) 농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곶감과 함께 산청의 대표 소득작물인 딸기는 지역 내 800여 농가가 406㏊면적에서 1만1000t을 생산, 연간 8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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