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일렁이는 십리벚꽃길… 레일바이크 위 오붓한 시간

입력 2018.03.29 04:27

[지리산] 경남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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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방문객들이 평사리 최참판댁 아래 초가집을 둘러 보고 있다. /하동군 제공
지난 24일 오전 지리산 형제봉 입구에 있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대궐 같은 아흔아홉칸 한옥이 쩌렁쩌렁 울렸다. 가족과 함께 주말여행 차 방문한 김정수(43)씨는 "고래등 기왓집을 보니 나도 모르게 사극의 한 장면이 떠올라 소리쳤다"고 웃었다.

하동이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인프라, 먹거리, 자연풍광,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 그래서 하동에는 '화개장터'처럼 '없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중 대표 선수는 최참판댁.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속 평사리를 재현한 옛 마을이다.

'토지'는 영남의 대지주였던 최참판댁의 몰락과 재기를 1897년부터 1945년까지 시대상과 함께 그린 작품이다. 지리산 입구부터 한옥 14채, 아랫마을 주막·초가집 53채가 들어서 있다. 최참판댁의 사랑채 대청마루에서 내려다 보면 평사리의 넓은 들판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 눈에 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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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최참판댁을 옆에서 바라본 모습.

최참판댁에서는 오는 31일부터 10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열리는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이 열린다. 소설 토지를 각색, 풍자와 해학을 담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끼려면 하동 화개면 화개장터로 가야 한다. 옛 시골장터 모습이 남아 있는 화개장터에는 국밥, 도토리묵, 재첩국, 은어회 등 각종 먹거리와 산나물, 녹차 등 특산물까지 없는 게 없다. 또 벚꽃이 만개하는 오는 4월 7∼8일에는 일대에 벚꽃축제가 열린다.

이 무렵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은 연인들의 명소가 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가 좌우로 늘어선 벚꽃터널이 장관이다. 박진하 하동군 공보계장은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잡고 십리벚꽃길을 걸으면 사랑이 이뤄지고 백년해로 한다는 말이 전한다"며 "그래서 옛날부터 이곳을 혼례길이라고도 불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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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3.186㎞의 경남 하동군 짚와이어.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엔 둘이 타는 레일바이크 만한 것도 없다. 북천면 경전선 폐선구간을 활용, 5.3㎞구간에 설치돼 있다. 특히 북천면 직전리 들판에 일렁이는 빨강·분홍빛 꽃 양귀비의 장관을 즐길 수 있다. 양귀비가 만개하는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꽃 양귀비 축제가 열린다. 모험과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긴 하동 짚와이어를 타봐야 한다. 지난해 개통한 짚와이어는 길이 3.186㎞로, 그 전까지 아시아 최장으로 알려진 경북 영천 짚와이어(1.41㎞)보다 2배 이상 길다. 금오산 정상에서 경충사 도착지점까지 최대 시속 100㎞의 속도를 만끽할 수 있다.

하동군은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난 자연산 먹거리도 풍성하다. 그 중에서도 섬진강 하구의 맑은 물 속에 '벚꽃처럼 하얗게 피었다'고 해서 부르는 벚굴이 일품이다. 벚꽃이 필 무렵 쌀뜨물처럼 뽀얀 알맹이에 살이 차 봄의 제철 음식으로 친다. 마을 주민들은 강 속에 사는 '살아있는 보약'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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