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이용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김정일은 국내 시찰은 물론 7차례의 중국 방문과, 2001년 한 달 가까이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열차를 이용했다. 김정일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집권 이후 군부대 및 지방 시찰 때 전용기를 자주 이용했고, 직접 항공기를 운전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해외 방문을 한다면 전용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도 방한 당시 전용기를 이용했다.
이런 관측을 깨고 김정은이 열차를 이용한 것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리 대북 제재는 북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대한 화물 검색을 의무로 하고 있다. 김정은 전용기도 북한의 고려항공 소속으로 엄밀히 따지면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다. 반면 각종 대북 제재 가운데 열차를 특정한 조항은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상징적 의미에서 열차를 선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열차는 경유하는 지역의 철도나 도로를 모두 통제해야 하는 경호상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불편해한다"며 "김정은이 중국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열차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변 안전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타는 1호 열차는 웬만한 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탄력을 갖췄다"고 했다.
북한의 특별열차 객실에는 평양과 연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첨단 통신장비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의 열차는 김정일이 탔던 전용 열차를 개량했거나, 같은 기종의 다른 모델로 보인다. 김정일 열차 번호판이 'DF-0001'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김정은의 특별열차는 'DF-0002'로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