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국가대표 반칙에… "나라의 수치" 난리난 호주

    입력 : 2018.03.28 03:03

    선수를 '젠틀맨'이라 부를 만큼 예의·페어플레이 중시하는 종목
    국민들 분노에 연맹 진상조사… 부정행위 시킨 주장에 책임 물어

    자국 크리켓 국가대표팀의 부정행위를 일제히 ‘수치(shame)’로 표현한 호주 일간지 1면들.
    자국 크리켓 국가대표팀의 부정행위를 일제히 ‘수치(shame)’로 표현한 호주 일간지 1면들. /AFP 연합뉴스

    크리켓의 세계 최강자인 호주 국가 대표팀의 '볼 훼손' 부정행위가 적발돼 호주가 발칵 뒤집혔다. 총리가 나서 비난 성명을 내고 현지 언론들은 "나라의 수치"라며 참담해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제 누굴 믿어야 하느냐"며 충격에 빠졌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호주 크리켓 대표팀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남아공과 월드컵 평가전을 치렀다. 경기 사흘째인 지난 24일 호주팀의 막내인 케머론 밴크로프트(25)가 투구 전 공을 바지 속에 넣고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노란 테이프에 마운드의 모래를 묻혀 공 가죽 표면을 사포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질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타격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행위가 공에 큰 변형을 가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정돼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남아공이 승리했다.

    호주 팬들은 "크리켓 정신을 위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호주 크리켓연맹이 진상 조사에 돌입해 최고의 크리켓 스타이자 대표팀 주장인 스티브 스미스(28) 등 선임 선수들이 막내에게 이 부정행위를 지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스미스는 다음 경기 출전 금지와 이번 경기료 박탈 처분을 받았고, 주전 자리도 박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인 크리켓에서 우리 국민의 롤모델인 선수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미 CNN과 영국 가디언 등은 "호주에서 '크리켓 대표팀의 주장은 총리 다음 가는 주요 직책'으로 통할 정도여서 스미스의 몰락이 '국치(國恥)'로 표현되는 게 무리가 아니다"고 전했다.

    야구의 기원으로 알려진 크리켓은 13세기 영국 귀족층에서 시작돼 18세기 영국 식민지에 퍼졌으며, 현재 영연방과 인도·파키스탄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 선수는 '플레이어(players)'로 부르고, 아마추어 선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는 훌륭한 사람'이란 뜻에서 '젠틀맨(gentlemen)'으로 부르며 존중한다. 관중도 칼라 달린 단정한 셔츠에 긴바지나 치마를 입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런 신사 스포츠이기에 작은 속임수나 거친 행동, 몰래 공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치명적인 룰 위반이자 관중에 수치심을 안기는 행위로 치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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