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압록강 철교 건너는 건 대북 제재 돌파 상징
②북중 관계 공고함 과시 차원
③방중 선전 효과 극대화 위해
④아버지 김정일 따라하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하면서 왜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이용했을까?

정보 당국과 전문가들은 27일 김정은이 열차를 통해 방중한 것에 대해 “북중 교역의 상징인 압록강 철교를 건너 방중함으로써 중국까지 참여한 대북(對北)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최근 국제 사회의 제재로 양국 간 교역량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육로 행보를 통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돌파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최근 대북 제재가 심화되면서 북중 국경을 오가는 교역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원유 수입까지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철교를 통해 북중 국경을 돌파함으로써 북중 교역의 부활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은 북한 내에서 이동할 때도 자신의 전용기를 애용해 왔다”며 “그런 전용기 대신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건 노림수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실제 김정은은 지방 시찰에 항공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항공기를 애용해 왔다.

김정은이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특별열차가 27일 중국 베이징 역을 떠나고 있다.

북·중 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열차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외교 안보 전문가는 “열차를 타고 오는 시간이 항공기를 이용하는 시간보다 길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의 경호 부담이 크다”며 “열차를 이용해 장시간 ‘특급 의전’을 받음으로써 중국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열차 방문을 통해 방중 선전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열차는 경유 지역의 철로·도로를 모두 통제해야 하고 경호상의 부담이 항공기보다 훨씬 크다”며 “항공기로 비밀리에 입국할 수 있었는데 열차를 이용해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아버지 김정일이 이용했던 철로를 따라감으로써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준 효과도 있었다. ‘아버지 따라하기’라는 얘기다. 고소공포증이 있었다고 알려진 김정일은 집권 후 8차례의 중국 방문은 물론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2001년) 때도 항공기가 아닌 열차를 이용했다.

김정은이 고려항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의식해 철로를 이용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김여정이 평창을 방문할 때 전용기를 이용했던 점을 고려할 때 안보리 제재 때문에 김정은이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