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6개월째 공사 스톱

    입력 : 2018.03.27 03:03 | 수정 : 2018.03.27 13:58

    [사드 방치에 뿔난 주한미군 "한국, 배치 의지 안보인다"]

    작년 9월에 4기 추가 반입했지만 반대단체가 도로 막아 작업 못해

    주한미군, 헬기로 연료 나르고 전기시설 없어 임시 발전기 가동
    2월 예정 환경평가도 시작 못해
    경찰 "시민들 자극말아야" 손놔

    소식통 "주한미군도 체념한 상태"
    전문가 "정부, 中·北 눈치보느라 사드 소극적… 한미동맹 균열 우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임시 배치됐지만, 정상 운용을 위한 기지 공사가 작년 9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공사를 위해 필요한 건설 자재와 장비 반입을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들이 계속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군 숙소는 물론 사드 관련 시설 공사도 제대로 진척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한·미는 2016년 9월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주한미군은 작년 4월 성주에 사드 발사대 2기를 들여왔고, 작년 9월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그 이후 공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작년 9월 6일 성주군 소성리 입구를 주민들이 농기계와 트럭으로 막은 모습.
    사드 미사일 발사대 6기가 경북 성주군에 임시 배치됐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반대로 작년 9월 이후 기지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작년 9월 6일 성주군 소성리 입구를 주민들이 농기계와 트럭으로 막은 모습. /김종호 기자
    26일 오후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철제 바리케이드가 2차선 도로를 가로막았다. 지난해 4월 사드 배치 반대 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이 설치한 1차 검문소다. 이곳에서부터 성주 주한미군 기지까지는 2㎞. 경찰에 따르면 10여명이 2사람씩 조를 짜 24시간 통행 차량을 검문한다. 미군 차량이나 장비를 실은 차량을 막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주변 사진을 찍자 평상복 차림의 50대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방금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 내가 보는 앞에서 지우라"며 "여기는 함부로 취재를 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7일 사드 발사대 4기가 임시 배치되자 1차 검문소에서 1㎞ 들어간 진밭교 입구에 2차 검문소가 생겼다. 2차선 도로 절반을 가로 5m, 높이 3m인 커다란 텐트가 점령하고 있다. 2차 검문소에서 사드 기지까지는 1㎞ 정도다. 1차 검문소 인원 중 일부가 교대로 2차 검문소를 지킨다.

    이런 상황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경찰은 이들의 불법 검문 활동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시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면서도 "시민들을 가능한 한 자극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사드 기지 인근에 배치된 경찰은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9월 4개 중대 300여명이었으나 3월 현재 1개 중대 80여명이 기지에서 4㎞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공사 차질로 사드 운용 제한"

    사드 배치 일지
    주한미군은 사실상 야전 수준으로 사드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전기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헬기로 연료를 공수한 뒤 임시 발전기를 돌려 사드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 중이다. 미군 장병들은 도로 출입이 통제되자 헬기를 타고 부대 출입을 하고 있다.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이 발사되는 발사대 등 장비를 올려놓는 패드 보강과 기지 내 도로포장도 못하고 있다. 모두 사드 정상 운용에 필수적인 공사다.

    군 관계자는 "미군 측이 밝히기를 꺼리고 있지만, 사드 운용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공사 차질로 인해 올 2월부터 예정됐던 사드 부지(70만㎡)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시작 못 하고 있다. 정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다.

    ◇"中·北 눈치 보느라 사드 문제 방치"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 집권 직후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을 이유로 배치 절차를 중단시켰다. 그러다 작년 7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문 대통령은 다음 날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것으로 사드 배치 문제가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사드 반대 단체들이 그 이후에도 계속 길을 막고, 경찰이 이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공사 차질로 인한 문제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주한미군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실망을 넘어 이제는 체념 단계에 이른 듯하다"고 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드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사드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중국과 북한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에 통상 보복 조치를 취하는 등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자 정부는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3불' 입장을 밝혔다.

    북한 역시 사드 주한미군 배치가 거론되던 2014년부터 사드를 강하게 비난해 왔다.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사드 철수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가 되면 성주에 배치된 사드도 철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사드는 한·미 간 안보 문제를 넘어 신뢰 문제가 됐다"며 "한국이 중국·북한만 고려해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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